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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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를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카톡에 적어두고 페이지에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두었다. 하루가 혼란스럽고 마음을 다잡을 수 없을 때 접어둔 페이지와 구절을 다시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나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팟캐스트를 통해 명진 스님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거침없고 전투적인 말투에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종교적인 인간도 아닐뿐더러 회의적인 편이라 종교인들이 적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명진 스님의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는 출판되기를 기다렸다. 이어폰을 통해 들었던 스님의 생각을 책으로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 스님의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책은 제목이 바로 내용이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명진 스님의 답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꾸짖기도 한다. 하지만 각자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는 어떻게 살지 혼란스러운 사람에게 이렇게 살라는 정답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다. 이른 나이에 죽음을 겪었고 스님이 된 후에도 수행보다 사회에 부딪히는 일이 더 많았던 스님이 살아왔던 과정과 그 속에서 느꼈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누군가를 향한 독백이다.

책은 묻는다. '나는 뭐 하는 사람일까?', '사는 건 왜 힘들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에 한 번쯤 책이 묻는 질문에 스스로의 답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인생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런데 짧다. 너무 짧다. 섬광같이 찰나 가버린다. 다시 살 수 없는 이 인생의 순간을 살아가면서 왜 남 따라 살아야 하는가. 내 길을 가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백 년이 채 안 되는 우리 생을 놓고 볼 때 재산이나 지위나 명예... 그것들이 과연 내 길을 가는 것보다 가치 있는 걸까.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결국은 죽는 날 빈손인 게 인생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물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나침반이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과 스님이 그동안 살아온 과정, 옳지 않음으로 가득 찬 불교계와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승적이 박탈당해 '프리랜서'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명진 스님이지만 책을 읽으며 불교계와 사회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와 비판을 여과 없이 말해도 되는 건지 살짝 걱정되었다. 나는 못하지만 앞장서서 잘잘못을 따지는 사람을 보면 속이 시원할 때가 있다. 명진 스님의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를 읽으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명박근혜' 시대에 우리 사회는 너무 망가졌다. ~ 죄를 짓지 않아도 권력의 눈에 거슬리면 죄가 만들어져야 하는 시대였다. ~ 우리에게는 박근혜를 '형광등 백 개 켜놓은 듯한 아우라'가 난다며 찬양했던 언론인들이 아직 남아 있다 ~ 한 번도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우리 역사. 그것이 쌓여 적폐가 되었다. ~ 우리에게 언제든지 '이명박근혜' 시대가 되돌아올 수 있다. ~ 종기를 뽑아 내지 않는 한 곪은 상처는 낫지 않는다. 상처가 난 부위를 찢고 뿌리까지 파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치료다.


개인과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 사회가 만들어 낸 국가, 국가들이 모인 세계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흐름을 외면하고 나 혼자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 명진 스님은 한국에서 지금까지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은 예로 들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가 어떤 책이냐고 묻는다면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알려주는 철학적인 자기 계발서임과 동시에 내가 속한 사회의 변화를 외면하지 말라고 말하는 역사서이자 사회 서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명진 스님의 말씀처럼 책 또한 쉽고 직선적이며 명료하다. 

물음에 답이 있고 길이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묻고 또 묻자. '우리는 왜 살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보이지 않아도 끝없이 물어보자.

유난히 하루가 힘들었던 퇴근길에는 항상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뭔지 모르지만 문득문득 사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책을 꺼내 읽는다. 여러 책 속에 밑줄을 긋고 접어 둔 페이지를 읽다 보면 흔들리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를 읽은 후부터는 그럴 때마다 늘 이 책을 읽는다. 스님의 이야기들은 두려움과 불안함에 흔들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이쪽입니다'라며 가야 할 길을 꼭 집어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찾아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있지만 삶은 각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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