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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바람의 속삭임 ㅣ 고래뱃속 세계그림책 20
마리안느 뒤비크 지음, 임나무 옮김 / 고래뱃속 / 2021년 2월
평점 :
곰과 바람의 속삭임
마리안느 뒤비크 글. 그림 / 임나무 옮김
고래뱃속

표지 장면은 넓은 들판에서 곰은 작은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어요. 어디를 가는 걸까요? 표지를 한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마리안느 뒤비크의 신간 『곰과 바람의 속삭임』입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을 좋아해서 자주 들여다보는 책이었는데 신간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어요. 첫 장을 펼치면 앞면지에 바람이 나뭇잎을 들어 올립니다. 바람과 곰은 어떤 관계 일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잔잔한 그림이지만 곰의 마음에 고동치는 거센 파도를 봅니다. 무수히 많은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곰에겐 예쁜 집과 친구들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오후 시간은 더 없는 행복입니다.
곰이 좋아하는 소파도 있습니다. 집 안에선 딸기 타르트 냄새가 풍기곤 했답니다.
달콤한 삶이었지요.
하지만 그 모든 건 예전의 일이에요.
모든 게 뒤바뀌기 전의 일이죠.
어느 날 아침, 누군가 곰에게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말해요.
햇살 한 줄기가, 살아오는 나뭇잎과 부드러운 바람이
곰에게 속삭여요. 새롭게 시작해 보라고.
곰은 짐을 챙겨 떠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발길 닿는 데로 떠납니다.
가끔 외롭기도 했지요. 또 가끔은 바람처럼 자유롭기도 했어요.
비가 오고 번개가 치는 날엔 무섭기 그지없었습니다. 비바람이 휘몰아쳐도 다음날에는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어 있지요.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또 헤어지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성장해 갑니다. 그곳에 정착하기도 하지만, 떠나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지요. 곰도 자신의 안락함을 뒤로하고 자신을 찾아 떠납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고달프고, 외롭기도 합니다. 또 자유롭지요. 가끔 무섭기도 해요. 그래도 멈추지 않고 떠납니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걷고 또 걷습니다.
우리의 삶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지요. 가끔 나를 알고 싶어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인생자체가 여행이지요. 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혼자 무언가를 결정하기도 하지요. 자신의 인생을 만들고, 이루어나가야 하지요. 가족과 친구가 있는 집을 떠난다는 건 힘듭니다. 딸기 타르트 냄새가 가득한 안락한 곳을 떠난다는 건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는 겁니다. 스쳐간 인연들도 있고, 친하게 지내다 헤어지고 나면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이루어놓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어요. 이럴 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요. 곰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납니다.
곰을 보면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부모를 떠나 자신의 인생을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단계이지요. 곰은 여행을 하면서 집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길을 잃기도 하고, 비를 만나기도 하고, 천둥번개를 만나기도 하는 어려운 상황과 맞닥뜨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다음날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다시 해가 뜹니다. 아이들도 살면서 많은 어려움이 닥치겠지요. 해가 날 때가 있지만, 비가 오고 폭풍이 휘몰아치기도 할 겁니다.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한 날이 길어질지도 모르지요. 가끔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해는 다시 뜹니다. 아이들도 다시 일어나 걸어가리라 생각합니다. 인생을 계속 이어가겠지요. 힘들면 잠시 쉬어가기도 괜찮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곰이 여행을 하기도 하고, 쉬어가기도 하듯이 말이지요. 천천히 조바심을 내지 말고 인생의 여정을 떠났으면 합니다.
※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