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가을도 봄
이순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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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인공 진호는 증조 때부터 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안이다. 그 기반으로 할아버지는 양조장 일으켜 세우셨다.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양조장을 하며 기득권 세력에 붙어 사는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법관이 되고자 서울대에 입학하지만 '정파 서당'이란 하숙집에서 같이 하숙을 하는 선배들이랑 선언문을 작성하고 유포한 죄로 학교에서 제적 당하고, 선배들은 징역을 살게 되지만 진호는 아버지의 뒷배로 징역을 살지 않고, 집으로 온다.

혼자만 나온 진호는 선배들을 배신했다는 미안함과, 아버지를 따라 나온 자신을 혐오하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기득권 세력에 붙어사는 아버지와 형을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같은 집안사람이며, 앞에 나서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갈등한다.

집안이 망하는 게 나라에 공헌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진호와 달리 집안은 날로 기세등등해지며 진호를 더 힘들게 한다.

진호는 마지막 결단으로 자신의 집안과 연을 끊는다.

4.19 때 한쪽 다리를 잃은 당숙에게 자신의 고민을 유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진호에게 당숙은 용기와 조언을 해주는 유일한 아군이다.

내년 봄 춘천에 있는 대학으로 다시 입학을 하고 아웃사이드로 살기로 결심한다.

학교에서도 진호의 전력을 알기 때문에 모른척한다.

2학기가 개강을 하고 스스로 학보사에 들어가 기자로 활동을 하면서, 주희를 만나게 된다. 주희는 사회가 정한 아웃사이드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걸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에 세상과 맞서는 게 무서워 항상 서너 발자국 물러나 있다.

진호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잡을 수도, 놓아줄 수도 없는 사회운동과 사랑에 갈등하면서 스스로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못하고 놓아준다.


"너는 여기 내려와 허송세월 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게 덧없이 보낸 시간이 아니다. 청춘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꽃으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춥고 습한 계절이지."

-본문 중에서


"아무도 네 옷의 단추를 대신 끼워주는 사람은 없어.

어느 쪽이든 가서 남은 단추를 스스로 당당하게 끼워라."

-본문중에서

"서두르지는 마라. 그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게 아니라 아직은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새벽에 하나둘 이슬처럼 맺혀 오는 거니까."

본문 중에서


"스스로에게는 고통스러운 열정일 거이나 장차 우리 모두에게 있어야 할 따뜻한 삶에 대한 그리움으로.

설사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이 끝내 열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 스스로는 물론 누구도 감히 너의 열정을 실패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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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독재 정권, 유신 헌법 철폐를 주장하며 운동에 뛰어든 많은 대학생들 처럼 목숨 바쳐 운동을 하고자 하지 않지만, 기득권 세력에 붙어 자산을 늘린 집안을 보며 항상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따끔따끔했던 것 같다.

첫 번째 대학에서의 선언문 작성과 유포가 자신이 원해서 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속 깊이 나라에 대한 빚을 갚고 싶어 함께 동참한 건 아닐까?

할아버지 때부터 지은 죄를 아버지와 형이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모습에 자신이라도 나라에 속죄하고자 집안과의 연을 끊고 싶어 한다.

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은 아버지의 아들로 가네야마 도갓집 자식으로 살아가야 함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두 번째 시작은 춘천에서 시작된다.

한 번의 실패를 맛본 주인공은 두 번 실패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회 운동과 집안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간다.

격정적인 사회 환경 속에서의 젊음은 아름답고, 슬프다.

독재 정권 철폐를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버리고, 운동하는 학생들을 보며 자신은 글로써 사회에 맞서고자 한다.

젊은 시절의 고뇌와 사랑을 격정적인 현실 앞에서도 잔잔하게 이야기하듯 풀어내어 더 슬프고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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