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주인공 진호는 증조 때부터 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안이다. 그 기반으로 할아버지는 양조장 일으켜 세우셨다.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양조장을 하며 기득권 세력에 붙어 사는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법관이 되고자 서울대에 입학하지만 '정파 서당'이란 하숙집에서 같이 하숙을 하는 선배들이랑 선언문을 작성하고 유포한 죄로 학교에서 제적 당하고, 선배들은 징역을 살게 되지만 진호는 아버지의 뒷배로 징역을 살지 않고, 집으로 온다.
혼자만 나온 진호는 선배들을 배신했다는 미안함과, 아버지를 따라 나온 자신을 혐오하지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기득권 세력에 붙어사는 아버지와 형을 비난하면서도, 자신도 같은 집안사람이며, 앞에 나서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갈등한다.
집안이 망하는 게 나라에 공헌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진호와 달리 집안은 날로 기세등등해지며 진호를 더 힘들게 한다.
진호는 마지막 결단으로 자신의 집안과 연을 끊는다.
4.19 때 한쪽 다리를 잃은 당숙에게 자신의 고민을 유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진호에게 당숙은 용기와 조언을 해주는 유일한 아군이다.
내년 봄 춘천에 있는 대학으로 다시 입학을 하고 아웃사이드로 살기로 결심한다.
학교에서도 진호의 전력을 알기 때문에 모른척한다.
2학기가 개강을 하고 스스로 학보사에 들어가 기자로 활동을 하면서, 주희를 만나게 된다. 주희는 사회가 정한 아웃사이드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걸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에 세상과 맞서는 게 무서워 항상 서너 발자국 물러나 있다.
진호는 자신과 너무나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잡을 수도, 놓아줄 수도 없는 사회운동과 사랑에 갈등하면서 스스로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못하고 놓아준다.
"너는 여기 내려와 허송세월 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게 덧없이 보낸 시간이 아니다. 청춘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꽃으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본인들에게는 춥고 습한 계절이지."
-본문 중에서
"아무도 네 옷의 단추를 대신 끼워주는 사람은 없어.
어느 쪽이든 가서 남은 단추를 스스로 당당하게 끼워라."
-본문중에서
"서두르지는 마라. 그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게 아니라 아직은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새벽에 하나둘 이슬처럼 맺혀 오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