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넋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저 자연 현상이었던 바람이 이제는 의미가 되어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내 아이에게도 말해줍니다. 아가야 바람 시원하지? 숨이 막히니? 바람은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손짓하며 서로를 부르는 것 이란다. 우리 아기도 나중에 크면 그리워하는 얼굴이 생기겠지?...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말 못하는 아기에게 바람은 어떤 느낌일까? 지난 봄 처음으로 외출다운 외출을 하는 아기에게 젊은 엄마는 아직 겨울의 온기가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에 흐윽하고 숨을 마시는 아기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릴적 부터 같이 자랐던 쌍둥이가 전쟁중 가족과 함께 죽음을 맞는 현장을 뒷간에서 두 눈으로 보게 된 어린 반쪽은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도 자꾸만 집을 나가 떠돌게 되는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다는 것 만을 희미하게 느낄 뿐 이유 없는 그녀의 긴 외출은 자꾸만 계속됩니다. 아이와 남편을 위해서도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은 밖으로 이끌립니다.

그것은 그때 죽은 쌍동이 언니의 손짓 이었을까요? 같이 놀다가 비명에 헤어지게 된 자신의 반쪽을 그리워하며 바람으로 손짓하는 것 일까요?

저는 이 소설을 읽고 아련해졌습니다. 바람도 슬프게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이제는 바람이 불면 누군가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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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2010-03-07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보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