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레즈 데께루 청목정선세계문학 83
프랑소와 모리악 지음, 김진현 옮김 / 청목(청목사) / 1995년 11월
평점 :
절판


처녀 적에 난 결혼을 두려워 했었다.

결혼 생활의 건조하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대부분의 일상이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키우고... 의 순으로 진행되는, 아무런 흥미를 돋우지 못하는 예정된 미래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독신이라고 해도 일상의 반복은 여전할 터인데 그땐 왜 그리 극단적으로 생각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가 없다.

그 당시 나의 그러한 생각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구체화 되는 듯했고, 나는 소설의 주인공인 떼레즈 데께루에게 동화되어 한동안 사막의 황량한 바람을 맞으며 사는 것 같은 건조함과 숨이 막힘에 목이 따가울 정도 였다.

내 아이디가 desqueroux(데께루)인 것도 지금까지 이 책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과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떼레즈에 대한 나의 연민과 애정이 어떠하였는가를 오롯이 생각나게 한다.

그 녀, 떼레즈는 첫사랑이었던 남편과 결혼하여 살면서 한번도 열정적인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가족과 관습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 인간이 갖춰야 할 도덕의 모든 것인 양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녀의 남편에게서 그녀가 느끼는 것은 그녀가 사는 곳,
아르줄루즈의 사막 바람과 같은 황량함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런 예의와 관습들을 주시하고 감시하는 감옥과 같은 것이었다.

남편이 비소를 잘못 타서 먹는 것을 보고도 저지하지 못하는 그녀의 정신 상태는 살인혐의를 받을 만한 것이었던가? 그 대목은 마치 영화, '바그다드 까페'에서 햇빛이 반짝하고 비치는 장면을 그려 놓은 것 처럼 너무나 순간적이고 아득하고 또한 아찔하게 내게 다가왔었다.

결혼하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떼레즈가 새로운 생활을 위해 떠날 것을 결심한 순간 그녀의 아기, 마리에게서 느끼는 뭉클한 사랑과 눈물에, 나는 결혼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그녀의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과연 예의와 도덕의 틀 안에서 종교의 교리에 맞춰 사는 것이 신에게 구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까 라는 의문을 던져주며, 20세기 인간의 구원과 삶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소설 <떼레즈 데께루>, 그리고 그녀 떼레즈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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