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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29분, 무엇이든 배달해 드립니다 ㅣ 스토리에코 3
김민선 지음, 김유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9월
평점 :
‘무엇이든 배달해 드립니다.
단, 밤이슬만 의뢰 가능!’
표지와 제목부터 날 끌어들이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7시 30분도 아니고 29분? 무엇을 배달해 주는 것이며, 밤이슬은 또 뭔데?’ 독자의 궁금증과 관심을 제대로 유발하여 기어코 책장을 단숨에 펼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책이다.
무엇이든 배달해 주는 가게, 그 가게에 한 할아버지가 찾아와 손자에게 줄 시계를 맡긴다. 여기까지는 뭐 평범하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가게는 이승과 저승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신비로운 가게로, 망자들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는 곳이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외로이 남을 손자가 눈에 밟혀 떠나질 못하고 자신의 시계를 손자에게 보내기 위해 이 가게에 찾아왔다.
주인공 하람이는 학교 사물함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시계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나름의 조사흘 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시곗바늘이 7시 29분으로 바뀌고, 시계 초침 소리에 이끌려 시계를 따라가니 가게가 나왔다. 그곳에서 하람이는 가게 주인과 함께 다양한 망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하람이의 친구 샛별이, 진수와도 사건을 겪으며 돈독해진다. 과연 하람이는 그 가게를 잘 지켜나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초반에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저승사자의 찻집이 생각났다. 저승사자가 죽은 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망각의 차를 건네는 그 장면들이 떠오르며, 이 가게는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미련을 털어주어 마음 편히 저승으로 떠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다루는 어린이도서가 많지는 않은데, 이 책은 ‘죽음’이라는 소재를 아주 흥미롭게 풀어가고 무조건 슬픈 내용만이 아니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니 정말 인상적이었다.
제일 감동적이면서도 뭉클했던 대사를 꼽아보자면
“나도 얼마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지금도 할아버지 생각만 하면 많이 힘들고 슬퍼. 하지만 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거짓말! 소중한 사람들이 없는데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어?”
“할아버지가 내게 남겨 준 것들이 있으니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 사랑이 남기고 간 추억과 애정, 마음을 곱씹고 되새기다 보면 견딜 힘이 생기고 버틸 힘이 생긴다. 마음에 공백이 생겨 공허하고 시린 어른들,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이자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내용도 정말 좋았는데, 이 책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그림이다. 중간에 삽입된 삽화의 그림체는 물론 사용된 색깔까지 이 책을 더 신비롭고 몽환적이게 만들어준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말, 책의 내용, 삽화까지 삼박자가 완벽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