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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평점 :
초등학생 딸이 있어 그런지 여성들의 성장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 또한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계 작가의 작품이다. 소설의 아이디어는 고려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존재했던 공녀 제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3년마다 수백 명의 처녀들을 공녀로 보내야 했던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 스토리에 단숨에 빠져들어 몰입되는 소설이었다.
13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사건을 조사 중이었던 아버지가 사라지고 열여덟 민환이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남장을 하고 홀로 바다를 건너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스산한 공포가 엷게 퍼져있어 차가운 긴장감이 높았다.
반면 아버지에게 배운 수사기법으로 사고하고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세심한 민환과 위기에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는 야생마 같은 동생 매월이. 두 자매가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스토리에는 뜨거운 감동이 진하게 올라왔었다.
커다란 빛을 올곧게 바라보며 싸워 자유를 쟁취하는 소녀들, 가슴을 찢는 아픔 뒤에 커다란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나라의 아담함에 겁먹은 새처럼 도망쳐서 자기들끼리 웅크리고 숨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커다란 빛을 올곧게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 대신 싸우고 자유를 쟁취하는 사람들이 있더군.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빛은 항상 반짝일 거요." p.403 - P403
제주의 삶은 빈곤과 고난이 만연해 척박했다. 어쩌면 그래서 제주 사람들이 답답하고 엄격한 삶을 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주 여인들은 더 자유로웠다. 대부분 해녀로 집밖에서 일하며 독립적으로 돈을 벌었고, 먼 곳까지 여행을 가기도 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가 육지처럼 뚜렷하지는 않았다.p.417 - P417
나는 평생 남의 뒤만 쫒아다녔구나. - P37
막다른 길은 언니 머리에나 있는 거지. 찾고자 하면 언제든 다른 출구로 나갈 수 있어. - P257
그 아이의 내면에서 날뛰던 망아지를 누군가 쏴 죽인듯했다. - P301
이 아이들은 문갑에 보관하는 옥반지, 은 머리 장식, 비단이 아니야. 하지만 현실이었다. 보휘, 경자, 마리는 그런 물건처럼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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