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울음소리 (타계 10주기 특별판)
박완서 지음 / 민음사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한국소설 작가 중 제일 좋아하는 박완서 작가님의 타계 10주년 특별판으로 알라딘에서 아름다운 리커버로 나온 <지렁이 울음소리>. 세련된 표지와 꽃잎을 펼치듯이 양 옆으로 여는 독특한 방식의 표지가 정말 아름답다

 

'나목'은 부연설명을 덧붙일 것도 없이 너무 좋았고, 제일 좋았던 단편들도 빼놓을 것 없이 전부 훌륭한 단편들로 구정되었지만 그 중 몇 번을 읽어도 항상 호흡이 답답할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단편은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와 '도둑맞은 가난'이다

 

물질주의 사회의 허영을 친구들간의 묘한 신경전과 대화만으로도 명징하게 풀어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는 읽을 때마다 2021년을 살아가는 현재의 인간군상과 똑같아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늘 가슴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을 받을 정도. 인물 하나하나가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정말 내 곁을 지나치는, 살아있는 사람인 듯한 실감나는 묘사와 맛깔나는 심리 묘사가 최고다.

박진감(?)과 속도감이 더해져 있는 단편 소설만의 묘미를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이 소설로 처음 느껴봤었다

 

도둑맞은 가난은 제목만으로도 내게 충격을 주었던 단편소설. 박완서 작가님의 비범한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가난마저도 빼앗아가려하는 부자들이라니. 약자성마저 탐내려드는 현대사회의 기득권층을 볼 때마다 마치 미래를 예측하기라도 한 듯 이 글을 써내려간 작가님의 혜안에 탄복을 금치 못한다

 

이 책은 표지 디자인부터 안의 구성까지 단 한 가지도 흠 잡을 구석이 없는 아름다운 책이다. 내가 가진 박완서 작가님의 책 중 아마 앞으로도 제일 많이 손이 가는 소설집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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