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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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기가 얼마만인가! 황석영의 강남몽을 읽고 난 후 거의 1년쯤 지난 것 같다. 소설에는 왜 그리 손이 안 가는지. 이재철 목사님은 목회를 위해서는 세계문학전집은 꼭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래가지고 목회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사람의 심리를 잘 이해할 때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게 이 목사님의 지론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게 괜한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 만큼 문학이 뭔지 잘 모르고 있 문학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을 많이 놓친 것이 아쉽다.

 

억지로라도 소설을 읽게 되어 다행이었다. 100세 노인은 일단 재미있다. 흥미가 있으니 책장이 잘 넘어갔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되니 100세 할아버지 알란이 살아온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고 그 만큼 이야기에 더 깊이 빠졌다. 하지만 현실감은 없다. 원자 폭탄 제조법을 알게 되는 것이라든지, 트루먼, 스탈린, 처칠에 이어 김일성과 김정일을 만나 전 세계의 역사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재미있는 그러나 현실감은 떨어진 이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상만사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알란의 어머니가 알란의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알란에게 해준 말이다. 그러니 알란의 어머니는 남편의 죽음에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다소 철학적인 이 말이 알란의 평생 좌우명이 된 것 같다. 그래서일까? 알란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놀랄 만큼 평정심을 유지한다. 마치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일들이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도 그는 요지부동이다. 세상은 그를 구속하지 못했고 그는 자신의 생각과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갔다.

 

100년 동안 그렇게 살았는데 아무리 요양병원이라지만 자유가 억압된 곳은 그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100세 생일잔치가 준비되었지만 알란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창문을 열었고 그 곳을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네버어게인 조직원이 트렁크를 잠시 맡아 달라고 부탁하지만 알란의 손에 들어온 트렁크는 조직원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알란의 뜻대로 움직인다. 그로 인해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결국 알란은 발리 섬에서 행복한 삶을 마무리한다.

 

주어진 삶을 사는 것과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스티븐 코비가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라고 일러주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주어진 삶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자신이 갇혀 있는 방의 창문을 넘어가지 못한다. 아니 창문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할 것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문을 통해서 드나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사라의 의식은 견고하다.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갇혀 있는 것인지 모른다. 자유가 어떤 것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지금 주어진 삶이 익숙하다. 사실 주어진 삶에 충실한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어진 삶이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주도적인 삶을 희망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살아가고 있는 방을 둘러보기 바란다. 어디엔가 틈이 있을 것이다. 그게 창문일 수도 있다. 창문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창문을 열고 자신이 숨 쉬고 있었던 곳을 넘어가보기 바란다. 그 일탈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염려하지 말라.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세상만사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지 않는가! 자신을 억압하는 곳을 벗어나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창문을 열고 창문을 넘어야 한다. 생각의 틀을 뛰어넘어는 자에게 인생은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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