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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어디 가니? ㅣ 햇살그림책 (봄볕) 64
율리아 그로트 지음 / 봄볕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미 닭이 잠시 지렁이를 찾으러 간 찰나,
알에서 발이 쏙 나온 아기 병아리가 지하 세계로 모험을 떠납니다.
숲속, 땅속, 온 동네를 헤매며 아가를 찾는 어미 닭과
천진난만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아기 병아리.
과연 이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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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스크래치’의 예술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궁금했던 점은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였습니다.
판화인가 싶어 찾아보니 스크래치 기법이더군요.
검은 바탕을 긁어내어 빛을 만들어내는 이 기법은,
어둠 속에서도 꿋꿋이 길을 찾는
아기 병아리의 여정과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업 과정을 확인해 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reel/DWYg7yMiLgD/?igsh=MTVjNzdrMW9heTdo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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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없기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그림책에는 ‘O? O? O?’ 외에 글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글자가 없기에 아이들은 그림에 더욱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림책이란 글자가 없어도
그림만으로 서사가 완벽히 이해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가야, 어디 가니?』는
그림책의 본질에 아주 충실한, 훌륭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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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이 우리에게 건네는 세 가지 시선
1️⃣ 아이 스스로 헤쳐나가는 힘
아기 병아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합니다.
모든 일에 부모가 개입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바짝 다가가는 것보다 조금 물러나 멀리서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지금 부모에게 필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2️⃣ 포식자마저 순하게 만드는 순수함
책 속에서 병아리를 한입에 삼킬 수 있는 오소리와 뱀조차,
아기 병아리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길을 터줍니다.
이 장면을 보며 우리 인간 사회도 아이들에게
좀 더 넓은 관용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내디딘 서툰 첫걸음을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3️⃣ 땅 위와 땅 밑, 두 개의 평행세계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한 장면 안에서 나뉜 두 세계입니다.
아기 병아리가 땅 밑으로 내려간 순간부터,
책은 똑같은 페이지 안에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이야기를 연출합니다.
아슬아슬한 아기 병아리의 땅 밑의 모험과
동분서주하는 어미 닭의 땅 위 사정.
이 두 세계를 동시에 살펴보는 재미는
오직 이 그림책만이 줄 수 있는 긴박하고도 즐거운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