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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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 함정임

열림원, 2025.02.28 출간


잃어버린 새벽의 감각을 찾아줄 것만 같은 책

어쩌면 한번쯤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새벽에 한번쯤 떠오릴만한 내용의 책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밤 인사」는 함정임 작가의 2015년 7월 출간된 「저녁식사가 끝난 뒤」에 수록 된 '어떤 여름'의 후속작 느낌이라고 하더라구요.

2년 전 장이 만났던 미나, 한 번도 사진으로 본 적 없었던, 실물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상상 속에 덧붙여지고 확고해진 미나, 장이 찾는 미나는 성이 강씨, 강미나였다.

-50p 미나, 기억의 미로

'미나, 장, 윤중' 세명의 인물의 이야기인데요.

미나와 장이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했던 시간들이 미나의 책 「어떤 여름」이 되어 출간되었고, 미나가 계속해서 생각났던 장은 sns를 통해 미나를 찾게됩니다.

윤중의 제안으로 후속편인 「어떤 겨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장과 다시 여행을 동행하게 되는데요.


미나는 장과 함께 하면서 윤중을 생각하고, 그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습니다.

여행의 끝자락에 장은 미나에게 자신은 한국에 갈 계획이고 한국에서 가이드 역할을 부탁하는데요.

미나의 SNS를 읽고 있으면, 시간도, 종족도, 사랑도, 번민도, 나라는 의식조차도 무無가 되고, 새로운 시간,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기분이 되었다. 극히 단순해졌다.

-61p 엿보는 자, 나였던 그 남자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놀란 미나는 어떤 반응을 하지 못 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됩니다.

당장이라도 한국에 올 것 같았던 장은 어떤 연락도 없었고

미나는 그저 장의 연락을 기다리기만 합니다.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던 걸까요?




윤중과 함께 할 때는 끊임없이 장을 생각하고

장과 함께 할 때는 윤중을 생각한 미나.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친구와의 대화가 떠오르더라구요.

어렷을 때, 남자친구가 있어도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친구가 있으면 남자친구가 아니어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좋다며, 굳이 밀거나 거부하지 않고 약간의 여지를 줬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왠지 미나의 행동이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얼굴이나 목소리가 선명히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은데요.

누군가에게는 없어도 그만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 된다는 것을.

-119p 세트

그 순간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며 그 순간의 의미를 깨닫고 소중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장에겐 어떤 여름의 미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그런 순간이었을 것 같아요.

캄캄하고 조용한 새벽녘 소중했던 인연과의 만남, 이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은 인연들.

한순간 교차점에서 만나 다시 서로의 길을 떠나는 밤 안개같이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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