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 명화 속 101가지 나무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김정연.주은정 옮김 / 오후의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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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자연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듬직한 나무의 모습을 보며 나는 큰 위안을 받곤 했다. 나와 같이 나무에 감명한 화가들은 그들의 작품에 어떤 모습으로 나무를 표현했을까? 나는 그것들을 보고 다시 한 번 위안을 얻고 싶었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화가들은 나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지만 나무에 감명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에는 화가 고유의 채색 기법으로 다양한 색을 띠는 나무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화가들이 표현한 나무 껍질의 질감과 나뭇잎 표면, 들판에 핀 가냘픈 꽃들, 물에 비친 나무의 모습, 은은하게 드리운 나무의 그림자는 너무 실감스러워 마치 사진같았다. 그림을 보고 벅차오르는 내 기분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화가가 주목하는 나무의 부분, 이로 인해 풍기는 분위기는 작품마다 다르다. 더불어 그림에서 화가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내가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르네 마그리트의 <절대자를 찾아서>를 언급하고 싶다. 마그리트의 작품에는 초현실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풍긴다. 그는 '나무에 속하지만 나무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거스르는 것'을 찾으려 애썼고, 그 해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 속 나무는 몸통이 줄기가 되고 가지들은 잎맥이 되어 거대한 나뭇잎 한 장을 연상케 한다. 겨울을 맞은 이 나무는 뼈대만 남게 되는데, 이는 공허함과 삭막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나무 뒤에 위치한 흰색 공은 이런 음산한 분위기를 전혀 누그러뜨리지 못한 채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 모습은 작품의 매력을 한층 돋운다. <절대자를 찾아서>를 통해 '초현실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데자뷔의 개념을 제거하고 아직 보지 못한 것을 찾는 것이다'라는 그의 생각이 내 마음 속에 완전히 각인되었다.

나무를 좋아해서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각양각색의 나무들을 보니, 나의 나무에 대한 애정은 더욱 풍부해졌다. 한편으로는 슬프다. 이제 우리 주변에는 꿋꿋이 서있는 나무들보다 건물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그립고 나무가 고플 때, 그때마다 나는 이 책으로 공허한 마음을 달랠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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