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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7
고든 코먼 지음, 이철민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8월
평점 :
안전가옥은 말 그대로 내가 위험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장소일 터였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의 생활권역인 지역사회나 학교, 적어도 최소한 가정은 안전한 장소여야 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별 생각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날것의 이야기를 접하고 여기저기 플래그를 붙였다.
가족, 친구, 이웃의 모습이 (어른들에게 어린애 취급 받는) 청소년의 삶에 그려져 있다.
베프 4인방과 최근에 이사온 친구 1명까지 더해져 5명이 보내는 하루하루의 이야기가 각 인물의 시선으로 분할된 챕터를 지나면서 마치 드론으로 멀리서 촬영하듯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폭풍우가 지나가 쑥대밭이 된 마을은 각 인물들의 가정상황과 닮았다.
엄마, 아빠가 약물중독 치료를 받고 난 뒤 떠나버려서 할머니와 사는 에반
강박증 장애를 가지고 엄마와 사는 미첼
영재학교를 다니다가 이사와서 한 학년 월반한 리키
새아빠, 엄마와 살면서 불사조놀이를 하는 씨제이
부모님이 이혼 소송 중이라 격주로 오가며 두 집 살이를 하는 제이슨
이 다섯명이 보내는 일상에서 안전가옥은 어디일까?
그들의 엄마나 아빠가, 형이나 할머니의 안전가옥은 어디일까?
비단 마음껏 꿈을 펼치는 장소나 의식주에 걱정 없는 곳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온전히 품어주어 마음이 편안한 공간, 서로를 마주보고 인정하는 시간, 진심이 통하는 사이, 어쩌면 귀면각이 활짝 꽃피우는 곳이 안전가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고군분투하는 일상에서 탈출하여 5명이 요새에 모여 마음껏 웃고 떠들고 즐기는 순간에 함께 미소지을 수 있어서 좋았다.
최악의 순간을 견디기만 할 뿐인 삶에서 피난처가 되어준 요새가 고마웠다.
마음의 안식처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순간들은 든든한 뚝심으로 남아 어른이 되어 삶의 무게에 휘청거리더라도 다시금 바로 설 수 있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