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9
내 이름?
에드워드
나이?
17
벨라?
나의 사랑 벨라?
나?
????
앨리스는 아무 말 없이 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앨리스의 변한 눈동자를 보며 난 공포에
턱이 떨렸다. 탁탁 이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앨리스의 호흡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무개 중심을 잃으면서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난 앨리스의 팔에서 벗어나 그만
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앨리스는 엎드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점점 숨소리는 평온해
졌지만 앨리스의 눈은 두려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나무에 기대앉았다.
아까 구르면서 다쳤는지 팔에서 피가 흘렀다.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를 더 맡지
않기 위해 입으로 호흡을 했다 그때 앨리스가 몸을 일으켰다.
“에드워드 다쳤니? 미안해 내가 너무 급해서”
“아니야 난 괜찮아”
거짓말을 했다. 난 전혀 괜찮지 않았다. 팔에 난 상처는 아팠고 앨리스의 눈동자는 공포를
일으켰다 앨리스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고 난 앨리스에게 들키지 않게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앨리스의 표정이 안타가움으로 변했다 내가 앨리스를 무서워한다는 걸 알았나 보다.
“에드워드 무서워하지 마 난 널 해치지 않아”
앨리스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난 바라봤다. 그리고 번뜩 무언가가 생각이 났다
“냉 혈 인”
내가 작은 목소리로 낮게 중얼댔다. 앨리스는 내 시선을 피했다. 곤란해 보였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무서워?”
무서웠다. 그들은 인간을 먹는다. 날 살려두고 남겨둔 이유는 비상식량 쯤 이였을까?
“미안해 에드워드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칼라일이 말하지 말래서”
앨리스의 표정엔 미안함이 가득 있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날 식량으로 생각했다면
이미 그 천사가 날 먹어 치우려 할 때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앨리스는 다가와 날 안았다
앨리스의 차가운 숨결과 입술이 내 뺨에 다았다. 순간 차가움에 몸을 움찔했지만 괜찮았다
그때 우리가 있는 건너편 나무사이에서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났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뛰었다 서서히 그 소리는 커지더니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형체
그것은 제이콥이었다. 제이콥은 몸을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리곤 우리를 노려봤다 점점
제이콥의 숨소리는 거칠어 졌고 달을 향해 늑대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제이콥의 뒤 쪽
에서 회색 늑대와 제이콥 만큼 검은 늑대가 나타났다. 앨리스는 나를 안고 있던 손을 놓고
그들을 쏘아보며 낮게 으르렁 거렸다 앨리스의 얼굴은 적개심이 가득했다 앨리스는 곧 몸을
바닥으로 낮추고 주먹을 쥐었다 앨리스는 뒤에 있는 날 힐끔 쳐다봤다
“늑대인간..”
앨리스가 낮게 중얼 거렸다. 그 말을 들었는지 늑대들이 으르렁 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제이콥만큼 검은 늑대가 앨리스를 향해 뛰어 들었다 앨리스는 피하지 않았다 내가 뒤에
있기 때문이었다. 앨리스의 팔에 늑대의 이가 박혀있었고 회색 늑대도 앨리스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늑대와 회색 늑대는 앨리스를 먹어 치울 듯 했다 앨리스는 비명을 질렀다
나만 없었으면 앨리스는 이렇게 위험에 빠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제이콥은
나를 찾고 있던 거라 생각했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난 그녀가
냉혈인이든 뭐든 상관치 않았다 앨리스를 무서워했던 내 자신이 미웠다 난 이미 앨리스를
제이콥 이상으로 좋아했나 보다 구해주고 싶었다. 내가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했다. 앨리스
미안해.. 칼라일 미안해요.. 제이콥 미안해.. 벨라..벨라 아 나의 벨라..미안해 제이콥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결국 난 제이콥에게 죽을 운명인거라 생각했다. 차라리 잘됐다.
‘이런 약꼴 에드워드 기억해 내!! 날 불러!’
그때 머릿속이 울리며 음성이 들려왔다. 난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대로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제이콥은 내 머리위에 이를 들이밀고 멈춰 있었다. 금방이라도 내 머리를 박살낼 것
같았다.
‘에드워드 날 기억해!! 날 기억해야 해!’
다시 머릿속이 울렸다.
“누..누구야!”
난 허공에 소리쳤다. 제이콥 뒤쪽에서 환한 빛이 나타났다. 나와 똑같이 생긴 남자였다.
나와 같은 모습을 지닌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피부는 창백했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몸은 탄탄했고 눈동자는 황금빛 이었다.
‘이제 기억할 때야! 나를 불러! 나를 깨워!’
뭔가 뒤통수를 친 것처럼 아팠다. 난 피를 토해냈고 멈추지 않았다. 목이 아팠다
숨이 가빠지고 점점 막혀왔다. 패가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아파왔다. 손끝이 불에 타는 듯 했다. 손끝에서 팔로 팔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가슴으로
점점 불에 타는 듯한 느낌은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눈물이 흘렀다 입에선 계속
피를 토해냈고. 마침내 멈췄다 점점 심장의 두근거림이 없어졌다. 호흡도 하지 않았다
난 그렇게 죽었다. 하지만 평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