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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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사람을 우리는 잡초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끈질기다는 건 꾸준하다는 거고 꾸준한 사람은 강하다는 거인데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건 사람도 아니고, 사자도 아닌 식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인』에서 주인공인 나인은 식물에서 태어난 외계인이다. 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인은 식물처럼 거침없고 올곧으며 꾸준하다. 이런 나인은 친구인 승택, 미래,현재와 식물들이 함께 실종된 학교 선배를 찾으며 실종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다.

식물 SF에 식물에서 태어난, 고구마처럼 캐어진 외계인이라니!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 붉은 피부 때문에 종종 고구마에 비유를 하는 것이 생각나면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소재가) 신선한 외계인을 만들어낸 거지? 천선란 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천선란 작가는 외로운 세상에서 여럿이 함께 연대하는 세계를 구축한다. 『천 개의 파랑』에서는 인간이 동물과 로봇이 연대를 하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에서는 뱀파이어와 함께 범인을 추적한다. 『나인』에서는 식물과 함께 하는 세계이다. 아무리 무분별한 개발로 식물이 줄어들었다 해도 그래도 아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가는 길에 항상 함께하는 가로수 나무와 꽃들, 보도블록 틈 사이를 비집고 틔워낸 풀들과 집에서 키우는 작은 화분까지 아직까지는 우리 주변에 있는 이 식물들이 당연하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하지만 식물은 모든 것을 보고 듣는다. 우리가 혼자 길을 걸어도 사실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식물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인』중 많은 인상 깊은 장면과 대사가 많았지만 가장 처음 심장을 울렁인 부분은 방금 읽은 것처럼 생생하다.

“우리가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어떻게 그것만 멸종일 수 있니? ”
“ 저 선배는 세상에 딱 하난데 사라졌잖아”

천선란의 글이 이렇다. 천선란 작가의 글을 읽으면 나도 나로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나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구나. 나 또한 사라지만 사람 하나가 멸종되는 거구나.

『나인』을 읽고 난 며칠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골목에서 차가 나타났다. 나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차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고 그 뒤에 있는 택시도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러나 택시 기사님은 차 안에서 내가 먼저 지나가라는 손짓을 하였다. 나는 고개를 까딱이며 감사의 표시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보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내가 천선란 세계에 살고 있다면 저 택시 기사님 분명 외계인일 거라고. 천선란 작가의 글을 읽고 내 세계는 좀 더 풍부해지고 따뜻해졌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천선란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길.

창비 Y클럽 1기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간 전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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