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황경택 글.그림 / 가지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숫자도 얼굴도 이름도 자잘한 아무것이라도 기억을 못하는 편이지만 유독 한 번 본 것으로 기억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그게 꽃과 나무 이름이다. (이것도 나이드니 헷갈리고 까먹긴 하더라만..ㅠ)

관심이 있으니 보이고 내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음을 사랑하고 행복해 한다.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내게로 와서 꽃이 된다는 건 사람도 그러하겠지만 꽃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정체성을 갖는 진짜 꽃이 된다. 어머 이 꽃 이뿌네!가 아니라 어머 이 쥐똥나무 꽃도 자세히 보니 참 이뿌구나! 하게 될 때 일 년 내내 자동차 매연과 사람들에 시달리며 차도와 보도 사이에서 낮은 울타리 역할로 생을 묵묵히 감당하던 그 나무, 그 꽃이 활짝 웃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있는 나무와 열매에 대한 짧은 기록들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궁금증과 새로운 사실들을 드로잉과 함께 실었다.

직접 쓰고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한 풀꽃 시가 생각난다.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 보고 오래 관찰하고 그리고 채색하는 동안 나무와 꽃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였을 지 짐작이 간다.


자연도감 같은 책이지만 자연도감 같은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런 나무를 보았는데 이 씨앗이 왜 이런 모양으로 생겼을까? 이렇게 커 가는데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이름을 가진 이유는 뭘까? 저자 스스로 궁금해 하는 내용이 더 많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굳이 이런 저런 궁금증의 마지막을 파헤쳐 해결해 놓지 않아도 조금의 시간과 노력만 있다면 저자가 궁금해 하는 까닭을 금방 알아낼 수 있음을 아는 까닭같다. )

그가 강조한 것이 있다면 드롱잉을 익히라는 것이다.

그림은 곧 관찰이고 진정 좋은 관찰자가 되고 싶다면 드로잉을 익히라고 권한다.

슥슥 그린것 같지만 세밀화에 가까운 그의 드로잉 솜씨는 언뜻 봐도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수 있다.

오래 보고 오래 관찰 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리고 채색했음을 느낀다.

왜 드로잉이 중요한지 드로잉을 하면 뭐가 좋은지 책의 앞 뒤를 할애해 드롱이을 해보라 권하고 있다.

그림을 잘 그리게 되면 좋은 점과 잘 그릴 수 있는 방법, 그림 묘사와 공간 연출 방법, 빨리그리기와 입체적 그리기...

미술에 관심도 없고 소질도 없는 나지만 읽고 있으니 "정말 이대로 하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그림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묘한 자신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자연을 관찰하고 그려봄으로 얻는 여러가지 좋은점에 대해 강조했는데, 생명을 사랑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철학적 고민까지 일끌어 낼 수 있다는 지론이다. 현장으로 나가 자연과학의 중요한 지식을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얻어 보라고 충고하면서 '그려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볼 수 없다는' 프레데릭 프랑코의 말을 인용한다.


지난 주말 가까운 산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찔레꽃 열매를 찍은 것인데 나도 한 번 그려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다.

마침 저자가 그려 놓은 그림도 있으니 참고로 하면서 그려 볼 생각이다. 첫 술에 배 부르지 않겠지만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겠지 하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꽃고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게 있으니!!^^


낙엽, 열매, 씨앗을 그린 그림도 좋았지만 언제 어디서 본 열매이고 열매와 씨앗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도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무엇에나 추억이 있고 기억할 것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 믿는 까닭에.


혼자 공원을 산책 할 때, 숲을 거닐때 가지고 가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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