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스카프 - 최종철 에로틱 미스테리 작품집
최종철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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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아이스커피도 좋지만 여름엔 미스테리 스릴러가 제격이다.

가독율이 높아지고 결말을 향한 이야기의 전개에 따른 반전을 맛보는 묘미, 예상을 빗나가 허를 찌르는 의외의 인물들을 다시 살펴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미스테리도 땡큐인데 에로틱이기까지!! 금상첨화, 일석이조 되시겠다.

강렬한 빨강의 표지가 주는 인상도 화끈했고 '천국과 지옥을 왁느 스릴과 욕정의 자이로드롭'이라는 표지의 말도 호기심을 업시키기에 충분했다.


에드가 알란 포우의 '황금충'에 버금가는 불후의 추리단편을 하나 남기고 싶은 소원을 가진 작가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근데, 가만...앨런 포우라면 나도 좋아하는 작가이고 '황금충'은 나도 읽어 봤는데 조금 지루하고 그다지 불후의 추리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아무래도 추리 작품을 읽는 내 수준이 떨어져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아홉편의 단편들이 들어있다.

어떤 이야기는 오싹하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의외의 반전에 허를 찔리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좀 느슨해 결말을 쉬이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다.

표지에 소개된 바와 같이 이야기의 전반에 흐르는 에로틱한 장면이 군데군데 있어 표지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구나..싶긴 했지만, 이 에로틱이 이 책의 옥의 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과 욕정의 자이로 드롭!이라고 느낌표까지 퐉!! 때려 놨는데, 사실 자이로 드롭은 오바고 춘향이 타던 그네쯤 이면 족하다 싶었다. (춘향이 타던 그네도 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높이와 속도가 붙으면 장난아니게 스릴있다.)

에로의 수위를 따진다면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본다 그럴꺼고 그렇다고 달을 보자니 이거 뭐, 심심해서 볼 맛이 안나더라는 것.

그냥 사건의 전개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었을 이야기인데 이야기를 좀 더 쫄깃하게 만들려고 에로를 갖다 붙여 놓은 느낌이 들어

그럭저럭 먹을 만 한 음식이었는데 MSG를 덤뿍 첨가해 본래의 맛도 사라지고 뒷맛도 깔끔하지가 않았다.

이야기에 승부를 걸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에로보다 인물의 선과 농도에 깊이를 더 주었더라면 책을 덮고 나서 한층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마스카라, 올가미,야릇한 눈빛 같은 작품은 좋았다.

다른 작품은 나빴다는 건 아니다. 위의 세 작품이 내 취향이라는 말이 더 맞을 거 같다.

미스테리 문학의 화룡점정, 반전의 묘미가 탁월해야 하는데 어떤 작품에선 그 반전이 뻔히 읽히고 어떤 작품에선 억지로 읽히는 게 있어 아쉬웠다.


우리가 흔히 읽는( 죄송, 내가 많이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스티븐 킹, 존 그리샴, 김성종 이런 사람들의 추리를 읽다보면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크로스오버해 작품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미스테리나 추리극이 추리를 하는데 끝나지 않고 사람을 돌아보고 나를 성찰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저런 사람들의 책이 많이 읽히고 추리를 잘 못하는 나도 좋아하는 장르가 되었다.


첫 술 부터 배부른 법 없고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 했으니,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돋보이는 작품들의 내공이 쌓여가다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추리계의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그나저나, 이 책의 여자들은 한결 같이 궁둥이를 씰룩대고 육감적인 몸을 가지고 있다. 얼굴 안 이쁜 여자가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건 박씨부인전에서 부터 알고 있었지만(결국 박씨 부인도 환골탈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하니..ㅠ) 빈약한 몸은 추리계에서도 쳐 주질 않는구나 싶어 좀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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