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말레이시아에서였다. 그토록 많은 반딧불이를 본 것이.

어릴적 몇 마리씩의 반딧불이 들이 여름밤을 깜빡이며 떠 다니는 걸 본 기억이 있지만 반딧불이의 무리가 나무 전체에 붙어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켜 듯 반짝이는 걸 보면서 느낀 경이라니!!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은 반딧불이들이 고마웠고 아직도 그 곳에서 불을 밝히고 있을 반딧불이를 생각하면 환해지던 마음이 떠올라 행복해 진다.


청소년이 된 아이의 방학이 시작 되자 마자 휴가를 떠나면서 약속 한 것이 '휴대폰은 두고 가자!'였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안 봐도 되지만 휴대폰 없는 시간을 보내보자였다. 좀 망설이는 듯 하더니 순순이 '그래보지 뭐!'하길레 얼마나 고맙고 대견하던지 싫다는 아이를 붙잡고 뽀뽀를 해댔다. (휴대폰이 아이들 삶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옆에서 보는 부모라면 이해하고 남을 것이다.)


휴대폰 대신 선택한 책이 [나쓰미의 반딧불이]다.

3박 4일, 휴대폰이 생각나서 금단현상이 시작될 때마다 조금이라도 읽어보자가 목표였다. 원래 텔레비전을 잘 안보니 휴가지에 가서도 텔레비젼은 켜지 않았다. 첫날은 준비하고 오느라 힘들었으니 일정없이 그냥 숙소 주위만 둘러보고 쉬는 일정이었는데 아이는 이많은 시간을 다 뭘 하나?하는 표정이더니 책을 들었다.

얼마나 보겠어? 싶어 '꾹 참고 50페이지 까지만 읽어봐' 했는데 저녁 먹을 때 까지 꼼짝 않고 읽는다. 할일이 없으니 할 수없다는 포기인가 싶었는데 밥 먹으면서 하는말이 "재밌는데!" 였다. 휴대폰에 밀려 책 읽는 재미를 잊은 줄 알았는데 아주 잊은 건 아니었구나..대견 스러워 허그, 허그!!^^

그날 밤을 넘기지 않고 다 읽은 아이는 "독후감은 안 적어도 되니, 엄마도 한 번 읽어봐!"였다. 독후감 따위는 적지 않겠다고 다짐을 받고 읽은 책이라 엄마에게도 선심을 쓰듯 그렇게 말해주는 아이 때문에 또 웃었다.


이 행복한 기억과 느낌을 한꺼번에 선물해 준 책을 어떻게 써야 할까?

구구절절 어쩌니 어쩌니 하는 것 보단  "그냥, 읽어봐!" 이 한마디면 족할 듯 싶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싱고와 유치원 선생님 나쓰미가 우연히 들린 '다케야'라는 잡화점의 모자 야스 할머니와 몸이 불편한 지장보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책 처음에 일목조로 불상을 조각하는 운게쓰의 이야기가 나오길레 운게쓰가 주인공이겠다 싶었는데 이야기의 흐름은 싱고와 나쓰미가 이끌어 가는 구조다.

여름 방학동안 지장보살 할아버지 댁에 머물면서 낚시하는 법과 물고기 잡는 법, 반딧불이를 초롱꽃에 넣어 노는 법 등 지장보살 할아버지의 어릴적 경험들을 따라하면서 행복한 장면을 찍는 싱고의 모습은 분명 책을 읽는데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눈 앞에 훤히 펼쳐지는 듯 했다.

운게쓰와 지장 할아버지의 아픈 과거와 사고, 그리고 싱고가 운게쓰에게 제안한 부탁, 싱고와 나쓰미의 사랑이야기...

특히, 지장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사진 뒤에 씌여진 "고마워"라는 글씨에 담긴 깊은 뜻은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


'모리사와 아키오'작가의 책은 처음이었지만 작가의 책들을 검색해 보니 따뜻하게 가슴을 데워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인 것같다. 작가 후기에 보니 고등학교 때 오타바이를 타고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을 모티브로 책을 썼다고 한다. 일본 전역을 노숙방랑하면서 얻은 지식과 기술의 일부가 소재가 되었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위험하다고 하지말라는 말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역으로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삶이 얼마나 지루하고 이야기거리가 없는 삶인지 나이가 들어 갈 수록 후회스러운 걸 보면 젊은 날의 값진 추억은 돈을 주고 사라는 말이 맞나보다.


휴가지에서 이 책을 나눠 읽은 나와 아이는  "엄마 딸로 태어나 주어서 고마워! 엄마 딸로 태어나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했다.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면 못했을 그 말, 지장 할아버지가 끝내 못 하고 간 그 말을...!!

휴가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장승을 보며"일목조네!"하던 아이의 말에 함께 웃었고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에 넣어 볼 반딧불이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마음속에 반짝이는 반딧불이 은은하고 아름다운 불빛을 간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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