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쥘베른 걸작선12의 몇 권을 다시 읽게 되면서 쥘베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100년도 훨씬 이전에 태어난 그가 어떻게 이토록 세상의 모든 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까?에 대한 경의가 포함되어 있다.

쥘베른이1828년 생임을 생각해 연결해 보자면 내 증조 할아버지 뻘이다.

얼굴을 본 적 없는 내 증조 할아버지는 태어난 동네를 한 번도 떠나 본 일없이 평생을 사시다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쥘베른은 가치관이 초단위로 변한다는 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는 나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의 풍부한 상상력과 지식으로 책을 펴냈다고 생각하면 그만 아득해진다.

비교불가인 것이다.

물론, 문물과 문명의 차이가 크고 환경적인 요소가 하늘과 땅만큼의 간극이 있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 양반, 아니 이 증조할아버지는 대단한 걸 넘어 엄청나다! 요새말로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쥘베른의 대부분의 소설이 모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기구를 타고 5주간] 역시 모험이야기다.

한 우물을 파 온 집념과 장인정신 역시 귀감이 될 만 하다. 자신있는 걸 갈고 닦아 더욱 빛을 내어  한 지평을 여는 고수들의  내공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이야기에 앞서 첨부된 지도가 이 야기 속의 지리학자 이자 탐험가인 새무얼 퍼거슨 박사가 일행을 이끌고 기구를 타고 5주간 여행한 코스가 되겠다.

당시 유렵인들이 거의 가본적이 없는 아프리카 중앙부를 횡단하는 여행인데 지금 갔다오라해도 무리수가 따르는 여행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물며, 비행기도 아닌기구라니!

5주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40일이 채 못되는 시간이지만, 기구를 타고 잔지바르 섬을 출발해 아프리카 중앙부를 횡단한 후 세네갈에 도착한다는 여정은 아프리카의 환경과 지리적 영향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소재다.

무역풍이 부는 방향과 아프리카 부족들의 성향,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과학적 지식과 역사적인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라면 이 경이의 여행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100년이 지나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여전히 흥미로운 것은 쥘베른이 지금도 형형히 빛나는 이유중의 하나다.

기구에 탄 세 사람 (퍼거슨 박사와 딕 케네디, 조 윌슨)의 성격이 서로 조금씩 다른 것은 이 여행이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데 한 몫을 하고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해 빠져나오는 역할이 다 있어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는 걸 알게 해 준다.

아프리카의 부족에 대한 쥘베른의 견해는 그들이 단순히 미개하고 하찮은 종족이라는 그때 당시 유럽인들이 가진 일반적인 견해에서 벗어나 나름의 생존의 수단을 가진 독특한 문화를 유지해 가는 인간의 한 부류로 인정하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어 쥘베른의 인격에도 점수를 주고 싶었다.


딴 얘기로 흐르는 건지 모르겠지만, 쥘베른 걸작선12의 빨간색 표지는 열림원의 탁월한 선택인 듯 싶다.

강렬한 빨강이 주는 비주얼이야 말로 쥘베른을 가장 쥘베른답게 나타내는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삽화들이 어릴적 삼성당 문고판을 읽을 때 보는 삽화처럼 느껴져 향수를 자극했다.

최근에 그린 그림들에서는 펜으로 그린 듯한 이런 세밀한 음영과 선의 날카로움을 느낄 수 없어 삽화를 오래 보게 되었는데 책 뒷편에 에두아르 리우와 아리 드 몽토의 동판화라는 해설을 읽으며 역시 이것 또한 증조 할아버지들의 작품이었구나 싶어 어이없게도 조금 숙연해진다.


단숨에 읽고 만다는 흡인력과 생각할 수록 대단한 쥘베른!!

이미 읽은 책들도 있지만 이 빨강이 주는 마력과도 같은 힘에 취해 시리즈 전 권을 사서 책장에 주루룩 꽂아 두고 싶은 충동이, 샘인 듯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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