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애의 집 그리고 살림 - 요리 집 고치고, 밥 짓는 여자
홍미애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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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 주부이든 워킹맘이든 내 취향을 살린 살림살이와 깔끔한 인테리어로 내 집을 꾸미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게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건 게으르고 감각이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제일 큰 문제는 (당연히) 언제나 돈이다.

내 취향이 남이 쓰던 그릇을 재활용하는 것이고 폐기처분하는 가구들을 리모델링하는 경우라면 또 모르겠다.

누구라도 초대하고 싶고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집을 갖기란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걸 살아 갈수록 느낀다.

 

평범한 주부에서 인테리어 전문가로, 집에 대한 모든 것을 매만지는 전문가 홍미애씨의 [홍미애의 집 그리고 살림]은 보통의 주부라면 한 번쯤 꿈꾸어보는 인테리어와 가구, 식기, 소품들로 꾸며진 자신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집을 꾸밀 때 사용한 자재, 구입한 곳, 소품을 장만 할 때 얽힌 작은 추억들, 좀 더 나은 인테리어를 위한 조언부터 초대상을 차리는 메뉴와 평상시 먹을 수 있는 음식 조리법까지 책을 펴는 처음부터 덮는 끝까지 우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팁을 책을 구성했다.

깔끔한 수납법과 데코로 쓰이는 꽃, 집안 구석구석 이뿌게 놓여 있는 패브릭, 반짝반짝 빛나는 식기와 영화에서 본 듯한 조명들 그리고 직접 리모델링 했다는 집의 구석구석까지...이렇게도 살 수있구나 단박 기가 죽었음도 숨길 수 없었다.

 

저자의 높은 안목이 있어서 가능했을 가구의 선택과 인테리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을 살림법, 품격과 품위가 있는 스타일링, 꼼꼼하면서도 우아한 소품들이 그녀의 30년 살림살이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어떤것들은 너무 이뻐서 어디서 샀는지 궁금했고, 어떤 것들은 특이해서 눈길이 오래갔다.

오래된 고가구와 최근 유행하는 소품들을 믹스매치하는 솜씨도 자연스럽고 우아했고 선택한 물건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 그냥 필요에 의해 사는 것에 추억과 사연이 합해져 읽는 독자들에게도 각별한 물건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좋았다.


수납법과 요리법에도 일가견이 있는 저자는,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수납의 디테일한 부분을 요령과 함께 설명해 주고 한 그릇 사먹고 말지..싶은 음식들의 요리법까지 소개해 주어 '나도 할 수 있겠는걸'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달마대사의 말은 나를 향한 말이었을까?

나는 어쩐지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가 부럽고 샘이 날 뿐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들이구나 속이 좀 상했다.

원목을 직수입해 와서 집을 리모델링 했다는 이야기부터 덜컥 걸리더니 해외 어디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주저없이 구입했다거나 탁 트인 해운대 바다가 병풍처럼 펼쳐진 집, 사계절 내내 동백의 싱그런 잎을 보고 만지며 사는 집.

이건 부러움을 넘어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열심히 일하고 벌어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사서 취향에 맞게 꾸미고, 하다보니 더 잘 하게 되어 직업이 되어 번창하고 있다.'

전혀 문제될 것도 없고 칭찬받아야 할 얘기다.

책을 보다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이 있으면 배우면 되고 내 형편에 넘치는 일이면 포기하면 될 일인데...소인배에다 꼬이기까지 한 나같은 사람은 보라는 달에는 관심없고 손에만 눈이 가는 나쁜 버릇이 있다.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집이 평당 얼마라는 걸 들어알고, 너무 마음에 들어 주저없이 산 그릇이 어느 회사에서 만든 얼마짜리 그릇이란 걸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하는 순간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포도를 먹지 못한 여우가 되어 포도를 향해 내뱉는  합리화 방어기제는 힘이 빠지고 마음에 든 물건은 수없이 많았지만 가격표 앞에서 '저건 신포도 일 거야'라고 되뇌여야 했던 내 삶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다.

뱁새가 황새 쫒아가다 가랭이 찢어지는 법. 나와는 형편과 처지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자.


집과 살림에 관한 순수한 팁이라기 보다 저자가 하고 있는 인테리어 사업에 탄력을 실어 줄 홍보성 책으로 읽혀 아쉬웠지만, 이 책에 소개된 인테리어의 내용과 소품의 구입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유용한 정보가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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