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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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움직일려고 부단이 노력하고자 애쓰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애만 쓰이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데 함정이 있지만.

움직인다는 것은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가 내 몸의 안 좋은 (말하자면 넘쳐나는)지방을 태우고 부실해지고 있는 근육과 지구력을 키웠음 싶은 바람에서 징검돌처럼 띄엄띄엄 실행하고 있는 일종의 평생 프로젝트다.

하지만, 움직이면 피곤하다는 것을 알아 챈 몸이 '움직여야 할 시간이 됐을텐데..' 뇌가 자각하는 순간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잖아 좀 쉬어야 해' 악마와도 같은 속삭임으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이후 300만년 동안이나 계속 되어 온 직립의 자세를 단박에 잃게 한다.  


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하루키 덕분이다.

하루키 소설에 빠져 하루키의 세계에 젖다 보니 에세이를 통해 마라톤 매니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의 묘비명에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는 말을 써넣고 싶다는 걸 읽고는 마라톤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런닝 머신의 걷기에서 탈피해 심장이 터질 때 까지 뛰다가 고통의 순간이 지난 다음  마약처럼 찾아 온다는 '러너스 하이'의 단계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나도 마라톤을 시작 해 볼까? 생.각.만. 해왔다.


그러다, 지난  여름 우연한 기회에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는데 마라톤 풀 코스 달려보기를 적고 나서 미뤄왔던 달리기를 시작할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퇴근시간 걷기부터 시작해 왔다.

그러다 50 걸음만 뛰기, 100 걸음만 뛰기, 이런식으로 뛰는 구간을 늘려 가고 있는데 여름이어서 정말 힘들었다. 가을이 되면 날씨도 선선해지고 체력도 좋아질테니 좀 낫겠지..싶었는데 가을이 오고 나서는 퇴근시간이 어둡고 추워서 달리기를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게 또 문제였다.


이러던 참에 만난 [마라톤 1년차]는 달리는 자의 마음자세를 다시 한 번 다잡아 주는 책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거의 운동을 하지 않던 운동부족 작가가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 풀코스까지 뛴 내력을 적은 책인데 이 모든 과정이 1년 안에 이루었다니..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전문 트레이너가 아니라 운동부족 평범한 아가씨가 마라톤 풀 코스에 도전한 이야기라서 더 실감나게 다가왔던 책이기도 하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도전의 동기부여를 자극 시키기에 충분했다.


5Km 역량 시험 일단 달려보기에서 부터 달리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즐거움, 10Km 거리를 늘여 달리기, 하프 마라톤, 풀코스 도전까지.

만화로 되어 있어 재밌게 볼 수 있고 초보자가 알아야 할 여러가지 팁이 있어 요긴한 정보도 얻는데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까지 주는 책이다.

운동 신경이 특별히 없는 사람도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이 마라톤이라더니 이 아가씨 아주 운동을 안하던 사람은 아니었던가 보다.

풀 코스를 1년만에 서브파이브에 가까운 기록을 낸 걸로 봐서는.

만화라서 마라톤 풍경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고 여기저기 숨어 있는 깨알 정보와 보통 사람이 느끼는 평범하고 당연한 몸의 고통에 대해 재밌게 그려서 공감 백배! 이러면서 봤다.


어둡고 춥지만 다시 퇴근길 뛰기를 시작했다.

시간이 십여 분 단축되었다는 건 여름이 지나 가을로 온 이후 괄목할 만한 개인적인 쾌거다!

함께 뛰기로 한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뛰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벚꽃 필 때 동네 마라톤 10Km에 도전하는 것이내 목표다.


하루키처럼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는 말을 하리라 다짐한다.

내 지방을 이기지 못하는 다리의 근육이 탄탄해지고 쓸만해 질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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