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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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떠들거나 산만할 때 샤를페로의 [푸른수염]을 들려 주어 실패한 적이 없다.

귀를 쫑끗, 눈을 번쩍!!

이야기에 극적인 요소가 많아 써스펜스를 자극하고 반전과 반전이 이어져 이야기 들려주는 사람도 신이 난다.

아내를 한 명씩 죽여 벽에 매달아 놓는 푸른수염의 엽기행각은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충격이지만, 결말이 해피엔딩이어서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 하다.(마지막 아내가 부른 오빠들이 달려오고 있을 때, 이야기를 끝내고 책이 찢어져 그 다음 이야기는 못 읽었다고 하면 아이들의 궁금증은 극에 달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 읽는 아이들이 꼭 있어 그 효과를 노린다.^^)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수염]은 원작을 아는 사람들에게 그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 시킨다.

그 푸른수염?

그 푸른수염은 아니지만 그 푸른수염에서 모티브를 빌려 온 것만은 확실하다.

돈 많은 에스파냐 귀족 집에 세든 여자들이 차례로 실종되는 것, 그리고 집안에 금지구역의 덫을 파 놓고 여자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는 것. 희생양들이 많을 수록 이야기는 재미있어지고 살아남은 자의 영웅담이 더 훌륭해 지는 법.


에스파냐 귀족의 피를 받은 중년의 남자는 호화로운 저택에서 세입자 광고를 내고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들 만을 들여 8명의 실종자를 낸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집에 세들고 싶어하는 여자들은 줄을 서고 벨기에 여자 사르튀닌이 그 마지막 여자의 역할을 맡아 나름 고군분투하며 푸른수염을 보내버린다는 얘기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사랑을 얘기하는 사이코 기질이 다분한 이 귀족 푸른수염은 편집증이 있는 듯 하다. 돈과 친절, 여자를 혹하게 하는 매너, 입에 발린 얘기들은 여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사탕발림이지만 여자들은  죽는 순간에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사랑하는 그 순간엔 진심이었다고 하더라만  그 에스파냐 귀족도

목적을 위해 수단으로 쓰임을 다할 때 까지는 충성을 다했음을 인정한다. 사르튀닌과 돈 엘레미리오 (귀족 이름이다.)의 게임이 제법 흥미로웠지만 원작의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어딘지 허술해 보이는 게임의 방식이다. 어쨋기나 나쁜놈은 죄 값을 치러야 한다는데는 한 표!

 


아멜리 노통브가 벨기에 출신 작가라 푸른수염의 성에서 무사히 살아나오는 주인공 여자도 벨기에 여자로 정한 것 같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읽고 나서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거나 남에게 추천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얘기가 재미없는 건 아닌데 문체가 현학적인데다 자신을 오버랩시키는 설정이 많아 눈이 매끄럽게 책을 훑지 못하고 덜거덕 거리는데 이유를 찾는다. 자신의 경험치가 글에 나타나는 것이고  작가 자신을 투영시킨 인물이 주인공이랑 비슷해서는 안된다는 법 없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경우엔 직유가 너무 강하다. 은유였다면 훨씬 우아했을 분위기가 직유로 인해 읽은 사람이 좀 밍구스러워진다. 아멜리 노통브의  문제라기 보다 내 취향의 문제라고 하는 편이 맞을거다. 우리나라에 노통브 팬이 꽤 있으므로.


다른 얘기지만,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을 읽었을 때 푸른수염의 성이 떠올랐다. 이 두 성의 공통점은 피로 얼룩져 있다는 것 외엔 별로 없다. 하지만, 퀴르발 남작의 성과 푸른수염의 성은 신랄하지 않은 음모가 있다. 음모가 비밀스럽고 음산해야지 신랄한 순간 또 밍구스러워진다. 

미로를 헤치고 나가면서 느끼는 괴기스런 분위기와 미로 너머로 한 칸씩 보이는 성의 비밀을 파헤치는 은밀한 재미.  최제훈의 이야기는 그런게 있다.  문체도 깐깐하고 현학의 냄새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은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은유가 살아있다. 은유가 살아있는 문장들이 나는 좋다.


은유로 살지 않았더라면 더 신산했을 삶이어서 그렇다.....고 부연 설명을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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