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 - 남해 죽방렴 이야기 한국의 재발견 2
최은영 지음, 양상용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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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을 보고 자랐지만 물살 쎈 바다에 다리를 벌린 듯, 입을 벌린 듯 서있는 고기잡는 장치가 죽방렴인지도 몰랐다.

그냥 어른들은 '발'이라 했고(  [발ː] 가늘고 긴 대를 줄로 엮거나, 줄 따위를 여러 개 나란히 늘어뜨려 만든 물건. 주로 무엇을 가리는 데 쓴다. ) 다른 발 보다 크고 특이하구나 생각하며 자랐었다.

몇 몇 발들(죽방렴)은 관리할 사람이 없어 방치되다가 철거가 되었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잡아 오는 것에 비해 큰 수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어서 사람들이 모두 '하나쯤 있었으면...' 하고  욕심내는 발도 아니었다.

죽방렴 하나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말하자면 투잡 형식으로 생계를 도우는 목적으로 설치했었던 걸로 안다.


언제부턴가 우리것을 찾자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스컴에서 죽방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죽방렴 멸치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죽방렴은 그야말로 돈 주고도 못사는 귀한 몸이 되고 죽방렴 멸치는 동네사람은 아무도 못 먹는 귀한 몸이 되었다.

저 큰 발 이름이 '죽방렴'이구나 그때 쯤 알게 되었다. 자라는 동안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려운 이름 '죽방렴' 덕분에 동네는 유명해지고 관광차가 오고 체험학습 온 아이들로 조용하던 동네가 떠들썩 해졌다. 

좋은점도 있고 안 좋은점도 있다.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은 원시 어업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죽방렴이 있는 동네에 관한 이야기다.

대전에 살던 은수네 식구가 할머니 고향 남해 지족리로 내려오면서 일어나는 관계맺기와 주변 환경, 그리고 죽방렴에 대한 소개와 숨겨진 이야기.

은수가 시골로 내려와 친구와 환경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될거라는 건 책 처음부터 암시를 주어 예견했던 내용이지만, 어장막에서 발견된 일기장 속의 할머니와 미야코, 진환이 할아버지 이야기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애틋하고 가슴 아픈 일제시대 아이들 모습이 겹쳐있어 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그 동네 살지 않았다면 몰랐을 지방색을 살리지 못한 정체불명의 사투리들 때문에 읽는 동안 눈에 거슬렸지만, 내 아이는 재밌다고 읽는 걸 보면 알아도 병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은 한국의 재발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어린이들에게 전통을 지켜나가는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을 새롭게 바라보고 한국이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자 기획된 시리즈라고 밝혔다.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의 것들을 확대 조명해 보여주고 관심을 갖게 하는 좋은 취지다.

딱딱한 내용의 설명이 아니라 동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통과 가치를 깨닫게 하고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아이들 세계도 재미있어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


뒷 지면을 할애해 죽방렴의 구조와 원리, 하는 일, 비슷한 형태의 석방렴,죽방렴의 역사, 죽방렴이 지족해협에 발달한 이유등을 따로 실어 죽방렴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히게 도와 준 것도 고마웠다.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그림은 동양화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해 이야기가 더 실감나고 풍성하게 느껴졌다.

(시골 아이들도 얼마나 이뿐 아이가 많은데 도시 아이만 이뿌게 그린 게 좀 속상하긴 했지만...^^)


어릴때 늘 바다 한 켠 풍경으로만 서있던 죽방렴이 이렇듯 전통과 가치를 가진 구조물로 다시 발견되어 이야기로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죽방렴 안에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물고기들이 서로 파닥일 때, 주인 오기전 뜰채로 살짝  떠오려다 들켜 혼났던 일이 생각난다. 그땐 죽방렴 멸치가 이렇게 귀한 몸이 되리란 걸 모르고 멸치는 그냥 버리곤 했었는데...

아, 옛날이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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