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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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건너는 모든 이들이 만나야 할 불멸의 아이콘, 데미안]

책 표지에 적힌 말이다.

 

어떤 일은 성장하는 동안 해보지 않으면 평생 해 볼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교복 줄이기, 야자빼기, 밤샘하기(공부를 했든, 놀았든), 성적표 조작, 미성년자 금지장소 가보기, 소풍날 춤추기, 선생님 짝사랑하기...

남들은 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할 때, 그런 시시콜콜한 추억들이 대수냐 싶다가도  다시는 그런 시절은 오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고 가지 말라는 곳엔 가지 않았음에도 지나온 시간들이  그리 자랑스러운건 아니었다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고 재밌어 하지 않더라도 범생이로 산 학창시절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수 밖에!

 

'청춘을 건너는 모든 이들이 만나야 하는 데미안'이라는 표지의 글을 보자 그런생각이 들었다.

청춘을 건너온 모든 이들은 정말 [데미안]을 통과해 온 걸까?

데미안이라는 불멸이 아이콘이 주는 화인을 새기고 나야  새가 알에서 깨어나 다른 세상을 향해 날아가듯 미숙하고 덜 여문 청소년기를 훌훌 벗어 던질 수 있었던 걸까?

청춘을 건너는 동안 데미안을 읽지 못한 나는, 데미안을 만나 사람에게만 주는 화인이 없어 젊음도 불안했고 내면을 향한 탐구도 고뇌도 성찰도 없었던 것이었나? 

시시콜콜한 추억이 없더라도 시시한 사람이 아니듯, 데미안을 읽지 않은 청춘도 골수를 쪼개는 나름의 문제로 아파하며 커 왔다는 걸 얘기하며 청춘을 훨씬 지나 늦게 만난 데미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데미안은 너무 완벽했다.그래서 온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거짓말로 인해 곤욕을 치르며 악과 선의 경계에서 갈팡질팡하며 어두운 세계와 완벽한 세계를 동시에 탐하는 싱클레어는 얼마나 인간적인 인물인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데미안을 만나고 나서 싱클레어의 삶이 데미안쪽으로 이끌려가고 삶의 방식과 생각이 철학적이 되어가지만, 데미안을 만나기 이전 보다 재미 없어진 건 사실이다.(독자인 내가 보기엔)

데미안의 눈이 밝은 건 프란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싱클레어에게 다가와 도움을 줄 때 부터 익히 짐작되는 사실이다.

그런 데미안이 아무 아이나 접근해 되지도 않은 철학 보따리를 풀어 낼 리 만무하고, 학이시습지 열호아의 싹수가 있는 아이를 찜했음은 명약관화!!

아무튼, 청춘을 건너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프란츠라는 어디에나 있는 악당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가 재밌었고 애써 인간 내면을 향한 묵직한 탐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지루했었다.(이래서 내가 변변한 철학 하나없이 여태껏 이래 흔들리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청소년이 읽고 이해해 삶에 접목시켜 가면서 내면의 성찰을 도우기엔 무척 어려운 내용이라는 걸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이 읽어서 나쁠 건 없지만(청소년 필독서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차가운 철학책이 무슨 내면을 깨우고 다른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상상하며 내 세계를 파괴해야 다른 세상을 지향할 수 있다는 심오함을 알겠는가?

더러 수준이 높고 이상이 유리알 같은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네들만 보고 청춘을 건너는 모든 이들이 만나야 하는 불멸의 아이콘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데미안은 너무 현학적이다. 대학가서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필독서라면 이해하겠다.


 띠지에 [책을 열고 변역을 비교하라!]고 굵게 적힌 글귀로 인해 번역을 비교해 볼 책을 찾았더니 한 권있었다.

 편다고 펴니 팬지꽃이 납작 말라있다. 언제 넣어 둔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꽃 색깔로 봐서 참 오래 된 꽃이라는 것만 알겠다. 마침 데미안의 백미인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페이지다.

꿈결 출판사와 비교해 읽어보니....대동소이하나 이전의 책이 직역에 가까웠다면 이번 출판된 꿈결 출판사의 번역은 어역에 가까워 물이 흐르듯 매끄럽게 읽히는 장점이 있었다.

번역이 정확도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는 책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져야 하겠지만,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의미전달이 있는 번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이것도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니 왈리왈율 할 수가 없다.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이름이 데미안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부모가 선교사로 일했고 그도 성직자가 되기를 바랐던 부모의 뜻대로 수도원 학교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그의 내면의 철학이 데미안으로 승화된 듯 싶다.

너무 심오한 얘기와 바른 말을 많이 해서 딱딱하긴 했지만, 초반의 흥미로운 인물 프란츠와 싱클레어의 심리적인 상황이 재미있어 마지막까지 가게하는 힘이있다.

 

무슨 내용인지 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다 이해 못한다고 해서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참고 읽어 보라고 슬쩍 말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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