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칫솔에 머리카락 끼웠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2
제리 스피넬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옮긴이의 말

 

     제게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큰애는 올해 여덟 살인 딸이고 막내는 올해 네 살인 아들이에요앙크와 뽀끼라고 부르죠몇 달 후면 초등학생이 되는 앙크는 이제 많이 의젓해졌지만동생 뽀끼는 한창 말썽 부리고 까불 때입니다아기일 때는 기운이 약해서 누나한테 대들지 못했는데 이제는 맞먹으려 든답니다가끔 누나를 때려서 둘이 싸움이라도 벌이면 온 집 안이 떠나갈 듯 시끌벅적해지죠아빠의 눈에는 그런 남매가 참 이상해 보입니다하나밖에 없는 누나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왜 저리도 으르렁거릴까서로 아껴주고 보살펴줄 수는 없는 걸까아무리 타이르고 을러도 소용이 없어요친구에게는 너그러운 앙크도 뽀끼한테는 이상하게 심술을 부리죠욕심일까질투일까아니면 이유 없는 미움일까참 고민스럽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두 녀석을 데리고 놀이방에 갔는데함께 놀던 아이들 중에서 뽀끼보다 몇 살 더 먹은 사내아이가 앙크에게 고함을 지르면서 앙크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뺏으려 했습니다앙크가 여기 있는 게 다 네 장난감도 아닌데 왜 그래!’ 하면서 따지자갑자기 뽀끼가 사내아이 앞에 나서더니 너 왜 그래!’ 하면서 주먹으로 때릴 듯이 달려들지 뭐예요그 순간만큼은 뽀끼가 누나를 아끼는 착한 동생으로 보였습니다결국 남매가 힘을 합쳐 못된 사내아이를 물리쳤죠위기가 닥치자 평소 다투기 바쁜 아이들이 의좋은 남매가 되어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었습니다모르긴 해도 두 아이 모두 마음속에 얘가 내 동생이구나.’ ‘이 사람이 내 누나구나.’ 하는 생각이 움텄을 겁니다그 모습을 바라본 아빠도 이게 바로 남매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요.

      이 소설의 두 주인공 메긴과 그레그도 그런 남매입니다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첫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그레그아직은 조금 철부지 같지만 자존심 강한 새침데기 메긴평소 둘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입니다메긴은 오빠를 왕재수라고 부르고그레그는 동생을 왕수다쟁이라고 부르면서 사사건건 티격태격합니다엄마와 아빠는 그런 두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걱정하지만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메긴과 그레그는 서로를 업신여기고 틈만 나면 못살게 굽니다곪을 대로 곪은 둘의 관계는 급기야 메긴이 오빠의 중요한 학교 과제인 달걀을 박살내고그레그가 동생이 애지중지하는 하키 스틱을 꽁꽁 언 호수 한가운데 처박으면서 벼랑에 몰립니다과연 이 아이들은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아니면 영영 미워하게 될까요하지만 결국 메긴과 그레그도 앙크와 뽀끼처럼 위기의 순간에 서로 손을 맞잡는답니다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죠어릴 적에 형이나 누나오빠나 여동생과 다투며 지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읽고 빙그레 웃음을 머금게 될 거예요.

     지은이 제리 스피넬리는 여섯 형제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며 겪은 재미있고 풍요로운 추억들을 글로 써왔습니다. 1991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이 문학에 주는 상인 뉴베리 상을 받기도 했지요이 소설에서도 십대 아이들의 감성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글 솜씨가 돋보입니다세상 어디서나 아이들의 마음은 모두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아이들의 욕심시샘우정사랑그런 것들 말이에요스피넬리의 소설을 읽고 나면 어른들은 어릴 적에 겪은 형제와의 추억을 떠올리고아이들은 지금 함께 사는 얄미운 언니오빠누나동생을 새롭게 보게 될 겁니다좋은 글에는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어요이 소설에는 그런 반짝임이 가득하답니다.

      앙크와 뽀끼는 앞으로도 계속 다투고싸우고미워하고서로를 못살게 굴며 커갈 겁니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것만은 틀림없어요어쩌면 가족의 사랑은 그렇게 티격태격 옥신각신 하면서 쌓여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미움의 시간은 길지만 금세 잊혀지고믿음의 순간은 짧지만 오래 기억되는 것아빠는 앙크와 뽀끼의 사랑이 그런 것이리라 굳게 믿습니다.

 

앙크를 안고 뽀끼를 이고

이 원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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