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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이 아니라 잘된 로드 무비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니.
어린 시절 자신에게 잊지 못할 춤을 가르친 호세, 그가 있는 뉴욕으로 교코는 무작정 떠난다. 어렵게 어렵게 호세를 찾지만 그는 에이즈 말기. 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향, 마이애미로 3일 간의 여행을 떠난다.
내 주변에 교코 같은 사람이 있나 살펴봐야 겠다. 자체 발광. 교코를 만나는 순간, 삶이 정화되고 긍정적 에너지로 물들어간다.
교코를 지나친 사람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따뜻하다. 파블로 삼촌과 자원봉사자 세르지오의 마음이 전해지고 마지막 호세의 비상이 눈물겹다. 조지아 주 농장 부인들에게 맘보를 가르치는 교코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무라카미 류는 이야기를 참 거침없이 써 나간다. 이런 게 얘기가 될까 싶은 것도, 약간은 무모해 보이는 것까지도, 그의 손을 거쳐 대충 슥슥 하면 바로 작품이 된다. 부럽고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