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지 않은 땅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축복받은 집」에 이어 읽었다. 보통은 같은 작가의 책을 연속으로 읽지 않는데, 단편 소설의 작법을 배울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읽었다. 두 작품이 약 10년 터울이 지는데 작품 세계에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전작에 이어 이국땅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랑과 상처 그리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메울 수 없는 간극이 특유의 세밀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잔잔하면서 세련된 느낌은 여전한 줌파의 거스를 수 없는 매력이다.
다만 「축복받은 집」에서 보여줬던 가슴 서늘한 감동은 줄어들었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약간은 냉소적으로 바뀐 것 같아 안타깝다.
표제작「길들지 않은 땅」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과거 서운한 감정을 접고 홀로 남은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며 모시려는 딸과 이제는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고픈 쿨한 아버지.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지옥-천국」은 고향을 잊지 못한 어머니가 프라납 삼촌에 대한 애정이 집착으로, 다시 절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딸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머물지 않은 방」은 남자의 옛 여자 친구의 결혼식에 참여한 부부 이야기다. 서로에 대한 미심쩍음이 어느 순간 묘한 분위기에 휩싸이며 사랑을 확인한다. 가장 인도 냄새가 나지 않은 작품이다.
「그저 좋은 사람」은 제목과 다르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부모의 몰이해를 함께 경험하며 타국의 외로움을 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하는 누나. 하지만 가족의 기대를 저버린 채 깊은 상처를 남긴 동생.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서야 만나게 되는 이들의 해후. 해묵은 상처가 아물어가듯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기대는, 결말이 다가올수록 동생이 사고를 칠 거라는 느낌이 들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결국 과거의 상처가 누나의 새로운 가족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놓았다.
「아무도 모르는 일」은 솔직히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세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을 이해할 수 없어 읽으며 고전했다. 파룩이 너무 전형적인 인물로 묘사된 것 같다.
「헤마와 코쉭」3부작은 헤마와 코쉭이 각각 시점과 중심 인물이 되어 일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잘 읽히고 감성이 와닿고 주인공들의 심경이 잘 전해진다. 이별은 예상했지만 코쉭의 죽음은 좀 의외이기도 하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