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이종인 옮김 / 동아일보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두 번째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상을 받은 신예 여류 작가라는 타이틀에 상당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었다. 이야기가 너무나 잔잔해서 임팩트를 찾지 못했고, 역자에게 죄송하지만 번역체 문장이 주는 껄끄러움이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덕분에 단숨에 읽지 않고 틈나는 대로 띄엄 띄엄 읽어갔던 기억이 있다.
10년이 지나 이제 다시 읽어보니 내가 놓친 점이 크게 와닿았다. 마치 단편 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 거든 하며 한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하다. 놀랍도록 단순하고 평범한 어조로 삶의 투명한 진실 하나를 툭 던져 놓는다. 그 방식도 관념이 아닌 구체적 사물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탁월하게 묘사된다.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근하지만 읽는 이에게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다. 말미에 뒤통수를 치듯 서늘한 감동으로 다가오며 아 이래서 이야기를 이렇게 이끌어 왔구나 놀라게 하는 힘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랑,  사랑의 상실과 치유,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나는 그 따뜻함이 좋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인물들이 인도계 미국인으로 국한되어 있는 점, 수록된 작품들의 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섹시」「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대륙」등은 완성도가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세 번째 읽으면 또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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