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 SE - [할인행사]
제임스 맨골드 감독, 존 쿠삭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존 쿠삭, 레이 리오타, 아만다 피트.

사실 이런 영화는 좀 피곤하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마당에 누가 범인이지? 어떻게 된 거야? 영화를 보는 내 이해력이 평균 이하인 건 오래 전부터 인정했지만,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열패감에 휩싸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줄거리를 뒤지고 분석을 뒤지고 두 번째 보고서야 아아~하는 기분이란.
영화는 보이지 않은 공통점을 지닌 사람들이 우연한 장소에 우연히 모여  한 사람씩 죽어가는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따른다. 아마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모태일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첫번째는 등장인물 모두 범인 말콤 리버스의 다중인격, 즉 가공 인물이라는 점. 두번째는 말콤이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인격이 가짜 형사 로즈가 아니라 9살 짜리 어린아이 티모시라는 사실이다. 살인의 동인은 드러난 악의 인격이 아닌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어릴적 트라우마가 정체였던 것이다.
나는 비현실 속 이야기를 현실 속 이야기처럼 풀어놓은 작가의 상상력에 반했다. 그 반전에 사실 경외심을 품을 정도다.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 같은 반전의 대표격인 영화에서 마지막 정반대 상황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느껴지는 경이감과는 다른,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발상의 전환이 놀랍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말콤의 다중인격이 관객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에드와 일기장 정도로 표출되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11명 모두 까지는 아니어도 더 표현됐으면 좋지 않았을까.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이중인격자도 낯선데 무려 11개의 인격이라니. 아무리 영화라지만 가늠조차 안된다.
말콤이라는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백인들로부터 물려받았다하여 성조차 거부하며 엑스라 명명한 급진 흑인 인권운동가의 이름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범인의 심정을 대변한 듯 하다.
영화가 끝나면 새로운 공포가 시작된다는 포스터의 자막이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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