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역의 리더십 - 냉혹한 직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별 리얼 스토리 50
구나르 M. 미하엘 지음, 신혜원 옮김 / 열대림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파심에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책은 중역‘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중역’이란 단어에 자신의 직급을 대입해 읽어도 무방합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근무한 분이라면 중역은 아니더라도 선배의 위치에 있거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에 있을 테니까요. 설령 신입사원이라도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오르게 될 자리에 앉을 자신을 그려보며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책 내용이나 메시지에 깊이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중요하지 않은 일에 내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담을 벗어버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적지 않은 중역들이 영웅적으로 직원들의 문제를 다 해결해 주고 자신에게 마음껏 일을 떠넘기도록 넓은 마음을 가진 실력자이고 싶어 한다.”고 저자는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제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직원들 눈에 뭐든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굳이 제가 간여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오지랖 넓게 행동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지금 지고 있는 책임을 나누어주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중역에게도 좋고 직원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중역은 자기에게 부여된 책임에 집중할 수 있고, 직원도 제 나름의 책임을 지니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저자는 자신이 맡았던 일이 실패했을 경우 이에 대해서는 실무 담당자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상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매우 정확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크게 공감했던 것은 ‘호의는 호의가 아니다’라는 부제를 단 “주말의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금요일 저녁 경치 좋은 호텔에 1박 2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였는데, 직원들 다수가 불참해 중역들 위주의 행사가 되었다는 에피소드입니다. 중역들 제 딴에는 호의로 계획한 일이지만 직원들은 일의 연장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직원들 의견을 사전에 반영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하더군요. 직원일 때는 주말까지 연장된 회사의 행사에 불만을 품은 적이 많았는데, 왜 승진을 하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직원들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는 가능한 수단을 이용하라고 권합니다. 자원하는 직원에게 행사 계획을 맡기거나 여러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받는 게 좋다는 것이지요.

 

특히 직원들을 대하는 문제에서 제가 흥미로웠던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들을 설득할 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깔끔한 그래프나 안정적 슬로건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흡연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문구가 담뱃갑에 버젓이 새겨져 있는데도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를 떠올리면 간단합니다. 사람은 감정적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행동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알맞은 그림과 비유를 활용하라고 권합니다. 이런 조언을 읽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제 자신이 그동안 설득 과정에서 좋은 설득 도구를 너무도 등한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저자는 세미나 참가자들에게 단 세 가지 행동 방식만 권할 수 있다면, 권해야 할 세 가지 충고를 알려주는데요. 바로 이 세 가지가 알짜배기입니다. 첫째는 소모적 찬반 논쟁보다 전제조건들을 분명히 규정하라는 지침입니다. 무턱대고 어떤 계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묻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이라면 그 계약을 체결할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음은 좋은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좋은 질문이 갖춰야할 조건을 들여다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요. 그 조건은 직접 이 책을 통해 꼭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은 ‘칭찬’이 아닌 ‘인정’을 해주라는 것입니다. ‘칭찬’이 우월한 지위로부터 나온다면, ‘인정’은 같은 눈높이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당신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주 식은 죽 먹기일 겁니다!” 같은 말이 칭찬이라면, “나는 이 문제에서 당신의 경험을 높이 평가합니다. 당신의 경험이 이번 계약에 도움이 되었습니다.”는 인정입니다.

 

사실 처음엔 이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읽어야 하는 리더십 책일 뿐이었죠. 그렇지만 당장에 제 행동을 수정해야만 하게끔 하는 실제적 조언들이 이 책에는 가득했습니다.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고민해야 할 사항에서부터 사내 연애 같은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조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미더운 것은 그런 실제적 조언들이 무슨 꼼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경험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미더움은 오직 적용으로만 지속될 수 있겠지요. 예, 저는 저자의 지침들을 적용해볼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