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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를 위한 영어 스피치
이진영 지음 / 터치아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영어로 말하는 건 결코 제게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가끔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며칠 전부터 바짝 긴장해 준비하곤 하지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일을 치러내면 늘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제가 <글로벌 리더를 위한 영어 스피치>를 특히 기대하며 읽었던 건 이런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시통역사로 그리고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일했다는 저자의 조언이 영어 프레젠테이션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지요.
저자는 시종일관 비원어민의 입장에 서서 어떻게 스피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비원어민인 우리는 영어 실력에 앞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리고 비원어민의 경우 간결하고 쉽고 강한 표현 위주로 스피치를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스피치 전략 면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연사는 ‘의외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큼 스피치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길지 않은 문장들로 솔직하고 꾸밈없는 리더십 스타일을 충실하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한 문장에 평균적으로 사용된 단어는 17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조언들은 무척이나 구체적이고도 상세합니다. 스피치를 할 때 청중이 앉아 있는 가장 뒷줄에서 3분의 1쯤 앞의 줄을 응시하라든지, 서서 말하는 경우 손이 양어깨 바깥으로 빠지지 않아야 한다든지 하는 조언들이 그렇습니다. 발성의 중심을 머리의 뒤쪽이 아닌 앞쪽으로 이동하고 청중을 향해 목소리를 발사하라는 음성 투사에 관해서까지도 일러줍니다. 스피치를 연습하는 방법만 해도 3일 전, 하루 전, 당일에 각각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짚어가며 일러주어 적용하기에 용이합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잘못된 습관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 프레젠테이션에서 유창하게 들리게 하려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자는 스피치에서 유창성보다는 명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심지어 영어 원어민들조차도 모든 단어를 명확하게 끝까지 발음하는 articulation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articulation을 연습할 수 있도록 여러 문장을 제시해줍니다. 저는 또 ‘I think’로 문장을 시작할 때가 많은데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시작하는 문장은 자신이 하는 말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하는군요. ‘You know’에는 ‘내가 제대로 표현을 못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합니다. 특히 ‘exert all effort’나 ‘do our best’ 같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식의 표현보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쓰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영어 스피치에 관한 책이지만, 영어 스피치에만 적용하기에는 아까운 조언들이 이 책에는 있습니다. 영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책이면서 ‘말하기’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있는 책이기도 하니까요.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여러 유명인사들이 한 연설들을 예로 보여주는데, 머릿속에 잘 들어오더군요. 특히 유명인사들의 연설을 소개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QR코드를 삽입해 동영상에 쉽게 접근하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자는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목소리를 적절한 억양과 강조를 통해 극복한 연사로 케네디 대통령을 꼽는데, 케네디 대통령 취임 연설 동영상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제 제게는 저자의 조언들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