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선배의 신입사원 상담소 - 입사 직후부터 3년차까지 알아야 할 직장생활 생존법칙
양성욱 지음 / 민음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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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상담소>라는 책의 리뷰를 쓰고 있는 저는 신입사원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책을 무척이나 읽고 싶었습니다. 회사생활을 해 볼 만큼 해봤다지만, 저는 제 회사생활에서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요즘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방영된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회사생활에 관해 이런저런 상념들이 들더군요. <미생>을 보면서서 제 신입사원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더군요. 미숙하고 우왕좌왕 하던 그 시절, 정말이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그 시절이 말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저도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현재 회사생활을 더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 조언을 듣고 싶었습니다.

 

언론사, 청와대, 공기업, 대기업을 거쳤다는 저자의 조언은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회사 업무를 할 때 부족하더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느리더라도 완벽을 기해 처리하는 게 좋은지 고민하는 신입사원들이 많을 겁니다. 저자는 상사의 입장에서는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속도를 우선시하라고 조언해 줍니다. 회식에 참가할지 말지를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신입에게 들려주는 조언을 볼까요. 저 자신도 어리바리한 신입사원이었던 시절 정말 고민하던 문제여서 더욱 공감이 가더군요. 저자는 “불가피한 선약이 있지만, 2차라도 꼭 합류하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라는 말로 ‘열의와 정성’을 보여주라고 말합니다. 가슴깊이 새겨둘 만한 팁이지요. 실제로 무턱대고 선약이 있다며 회식을 불참하는 것과 이런 말을 해두고 불참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본인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상사가 업무 수행을 지시하면, 끝까지 반대하기보다는 일단 그 업무를 어느 정도는 수행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낫습니다.”라는 조언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에는 읽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신입이라고 타 부서에서 무시한다고 고민하는 이에게 들려주는 조언을 보실까요. 신입 시절 흔히 마주하는 문제가 타부서에 업무협조를 얻어내는 일이지요.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라면 대부분 주눅 든 상태에서 여기저기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상사를 방패막이로 이용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자기 소속 부서 상사에게 부탁을 해서 대신 업무 협조 요청을 하게 하는 식입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과장님, 기획 부서 OO대리한테 전화 좀 해 주세요. 제가 해도 되지만 과장님의 엄청난 파워로 압력 좀 팍팍 넣어 주세요.” 같은 멘트까지 예를 들어 보여줍니다. 이메일과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관한 대목도 그렇지요. 리드미컬한 문장을 위해 불필요한 조사를 생략하라는 식으로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읽는 내내 듬직한 멘토에게 비법을 전수받는 느낌입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세상 흐름을 파악하라는 대목에서는 제 자신이 그러지 못했던 게 참 아쉽더군요. 바로 다음과 같은 대목 말입니다. “내가 투입된 이 생산 라인에 언제까지 우리 회사가 재원을 투입할지, 새로운 라인 증설은 어떤 제품 쪽으로 이뤄질지 파악해야 본인 인생 계획도 그에 맞춰 세울 수 있습니다.” 사표를 쓰고 싶을 때 무작정 직장을 그만두기보다는 자신만의 디데이를 정해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다닌다는 마음을 먹어보라는 조언도 유용한 팁입니다. 저도 예전에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반년만 다녀보자는 마음을 먹고 버텼던 기억이 나네요. 뜻하지 않게 회사를 그만두게 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최대한 널리 퇴직 사실을 알리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도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주변인들의 추천이나 소개로 새로운 직장을 얻는 경우를 실제로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언들을 두고 회사생활의 요령에 지나지 않느냐고 말하며 가볍게 지나치실 분도 계실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회사생활을 해본 제가 보기에는 요령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이 지혜는 결국 상사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인사고과’라는 엄정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가정이나 학교와 달리 회사는 언제라도 여러분을 포기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아무리 친한 직장 선후배 간이라도 기본적인 상하 관계의 틀을 흔드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엄혹한 현실을 상기시키는 충고는 정말 마음에 새겨둬야 합니다. 회사 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도 있지만, 긴장을 늦추는 순간 실수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지요.

 

책을 읽으며 저자의 조언을 듣고 있자니 문득문득 신입사원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하고 중얼거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면서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신입사원들의 교과서’로 부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교과서에는 언뜻 보기에 너무 당연한 말들이 들어있지만, 우리는 늘 시험에서 그 당연한 것들 때문에 고전합니다. 그 당연한 것들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적용하느냐가 시험의 성패를 가르지요. 저는 이 책의 지침들을 어떻게 회사생활에 적용하느냐가 이제 막 회사생활을 시작한 분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신입사원들에게 괜히 어쭙잖은 충고를 늘어놓지 않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그저 그들 손에 이 다정다감한 교과서를 쥐어주면 될 테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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