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과 예순 사이 행복한 잡테크 - 2만 명의 퇴직 예정자에게서 찾아낸 인생 2막 직업설계 노하우
김명자 지음 / 민음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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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테크’?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 우리가 재테크를 할 때 수많은 관련 서적들을 들추어보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듯이, 은퇴 준비도 그렇게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은퇴 준비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먼저 은퇴한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나름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고는 있지만, 체계적이지 않아서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그려지지가 않지요.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무려 2만여 명의 퇴직자를 컨설팅 한 것을 가지고 쓰인 것이라고 하니 신뢰가 갑니다. 늦게나마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은퇴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관한 알짜배기 정보가 이 책에 모두 집약돼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수많은 퇴직 예정자 또는 퇴직자의 생생한 사례에서 이끌어낸 조언들이기 때문에 뜬구름 잡지 않고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들로 가득합니다. 저자는 은퇴 후 여러 가능성들을 친절하게 소개해 줍니다. 처음 몇 장을 넘기다보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이를 테면 중소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한 뒤 엑셀을 다시 공부했다는 대기업 부장 출신 이화률씨의 이야기는 인상적입니다. 엑셀이야 젊었을 때 사용했겠지만 관리직에 있으면서 크게 사용할 일이 없었으니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겠지요.

 

직업을 탐색하거나 준비하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릴 때 징검다리로 단순 업무를 해보라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는 더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지요. 고용노동부의 장년취업인턴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자문단과 해외봉사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퇴직 전문가 해외 파견사업 같이 정부의 지원에도 기대볼 만합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창업 관련 사이트도 있는데, 실제로 저자가 소개하는 창업넷(http://www.changupnet.go.kr)에 방문해 보니 제가 찾고 있던 정보들이 많더라고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전 알아두어야 한다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부끄럽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네요.

 

귀농생활이나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귀농을 위해 집부터 구입하지 말고, 일단 전세로 살면서 정보를 더 얻은 후에 집을 사도 늦지 않다는 충고는 귀농 귀촌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집이나 토지를 구입할 때 물과 전기를 손쉽게 끌어올 수 있는 곳인지 고려해야 합니다. 전기를 끌어오는 곳이 200미터 이상이면 1미터당 가설비가 추가된다는 내용은 의외로 놓치기 쉬운 사항입니다. 이외에 현금흐름이나 자산관리 전략에 관한 설명도 꼼꼼히 챙겨둘 만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이 실용편이라면, 다음에 이어지는 정서편에서는 삶의 질적 측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다정다감한 조언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다음 인용하는 대목은 제가 특히 새기는 부분입니다.

 

충분히 위로받을 만하고 보상받을 만한 삶을 살았다고 자신에게 말해 주어라. 누구나 그렇게 산다고 겸손해하지 말고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그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귀한 사람인지를 인정해 주어라. 그리고 앞으로의 자기 삶을 응원해 주어라.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먼저 응원을 받아야 한다.(174)

 

생각해보니 정말 중요한 말입니다. 오랜 기간 조직생활을 한 사람들은 남들의 인정을 먹고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구직시장에서 은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젊었을 때만큼의 대접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늘 신경 쓰게 마련인데, 그런 시선을 이겨내는 게 정말로 중요합니다. 자꾸 내가 나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정직하게 자신과 대면할 것을 권하며 사람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부부관계에 관한 조언을 읽으면서는 여러 번 뜨끔했습니다. 솔직히 은퇴를 준비하면서 아내와의 관계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부부 문제에 관한 서적이야 많이 나와 있을 테지만, 이 책의 저자는 특별히 은퇴 후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는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만들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아내와 정기적으로 함께 하는 여가생활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 같습니다. 반성하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책이지만, 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은퇴는 시기야 어떻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지금 현재의 삶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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