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일본작가들의 소설에 한참 빠져있었던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에쿠니가오리이다.
잔짝반짝 빛나는, 좌안1,2, 냉정과열정사이, 도쿄타워등.
점식식사 후 대학교 도서관 창가에 앉아 쌓아놓고 읽었다.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는것임에도,
창밖으로는 눈부신 햇빛을 받은 초록초록한 나뭇잎이 잔잔한 바람에 보드랍게 흔들리며 반짝이고
한손에는 따뜻한 인스턴트 커피를 담고 있는 종이컵을 ,다른손은 엄지와 중지끝 사이에 다음장을 껴고 사각거리며 책을 읽던 그곳의 내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안타까운 예감을 내포한 달콤함 기분,
나는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청각 스위치를 ‘off‘로 돌렸다. 엄마의 목소리는 그저 소리가 되고, 세상은 닫혀 윤곽이 일그러진다. 부어오른 장딴지만이 묘하게도 기운차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 나 여기 있어, 여기 있어, 여기 있어. 별개의 생물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 다리가 아니다.
나는 갑자기 아츠야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거친 듯해도 건조한 느낌의 아니라 촉촉함이 느껴지는 커다란 음성.
- 본문 중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한 느낌의 문체들, 그러나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생생한 묘사,
일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듯한 독특한 캐릭터들,
자못 이해가 안되는 상황임에도 그럴수도 있겠다 싶게 만드는 작가의 설득력,
소소하고 정갈한 느낌의 문장들이 좋았다.
한권의 소설이 아닌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어떤편은 두장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소설에 흠뻑 빠져들진 못했지만
에쿠니가오리 소설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볼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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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업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