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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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열여덟번째 책♡
✒젋은 시절의 추억, 회한과 현재의 불안, 두려움 그리고 미래의 불확실함이 울적하고 쓸쓸하게 만든다. 지난 세월 속 내게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사라졌을까. 또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렇게 사라져갈까.

나는 잔을 내려놓고 마야를 바라보았다. 벌써 마야가 떠나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빛이 어딘가 달랐다. 아마도 그때가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이미 가버린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낀- 내 인생의 유일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 P58

모두가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얼마나 추운지 보여주려고 입김을 불고 있고, 우리의 숨결은 안개처럼 공기 중에 서린 채 멈춰 있다. 그 사진의 재미있는 점은 맥두걸 스트리트의 그 오래된 아파트가 겨울에 얼마나 추웠는지는 기억이 나지만-난방장치가 늘 고장났다- 그날이 언제였는지, 그 사진을 누가 찍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진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을지 그런 사소한 기억들이 얼마나 많이 지워져버렸을지. - P126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 P127

가장 큰 슬픔은 바로 그런 인정의 부재에서 왔던 것 같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현실, 유령이 되어 세상을 살아나가는 현실이었다. - P267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넌 그다지 다르지 않아." 칼리가 말했다. "우리 둘 다 그래."
"더 성공한 사람으로 변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나는 말했다. "혹은 현명한 사람으로." - P287

"정말로 네가 예전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나는 말했다. "어쩌면 참을성이 더 많아졌겠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히 낮아졌고."
"자신에게 더 관대해졌다고 생각해?"
"아니." 나는 말했다. "그냥 기대가 낮아진 것뿐이야." - P288

나는 너무도 오래 칼리와 함께 지냈기에 가끔 잊고는 했다. 독신일 때는 그것만으로도, 같은 공간에 누군가가, 타인의 몸이, 얘기를 나눌 다른 인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 P288

그 당시에도 우리는 우리가 매우 특별한 곳에서, 이 지역 역사의 매우 특별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그리고 그 시기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그 시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 P310

"텔레비전에 죽음에 관한 내용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 줄 알아? 아는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그걸 깨닫지 못하지. 그러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사방이 온통 죽음이야. 잊으려고 애쓰는 바로 그것을 일깨우지 않는 방송을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어."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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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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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열일곱번째 책♡
✒별다섯개도 부족할 만큼 유익하고 좋았던 책❤
제목만 보고 이상적이고 철학적인 책일줄 알았는데 지극히 현실적이고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을 아우르는 내용으로 편협한 내 사고를 넓혀주는 책이었다.(이런 책 완전 좋아)
통계나 연구, 자료에 기반해 많은 현대인들이 외로움을 겪고 있는데(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그 원인과 현상,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다루고 있다.
사실과 정보에 기반한 내용뿐만이 아니라 읽어가면서 마음의 울림까지 주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뜻하지 않게 문장 곳곳에서 위로를 받았다는ㅜㅜ

✒완전 게으른 나를 바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 중에 하나는 나 자신의 ‘쓰임‘이다.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호구로써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그것이 설사 작은 일이라도 거기서 보람과 기쁨을 더 나아가 어쩔땐 삶의 의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그런 느낌을 못 느끼고 있어서 좀 슬프다. 아니 ‘외롭다‘.ㅜㅜ

✒이 책에서는 이 이유로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들이 외로움(우울증)을 많이 느끼는데 그 원인을 ‘디지털+능력주의‘에서 찾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 낸 초연결망은 오히려 타인과 (대면적으로) 멀리 떨어진 채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그것이 사람들과의 연결과 결속이 아닌 고립과 은둔을 만들어내고 있다.
뿐만아니라 디지털 기술은 중간 숙련의 일자리 대신 크라우드 노동자(데이터에 텍스트 라벨을 붙이는 저임금 노동자), 배달, 심부름, 청소, 운전 등과 같은 저소득 직종의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빈부격차와 분배에 있어서의 차별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능력주의 사회(특히 학교, 대기업, 정규직 등 많은 곳에서 시험의 불합격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에서)에서는 소수의  사람(합격자, 정규직) 외에는 모두 실패자로 만들고 그것을 사회의 책임이 아닌 자신의 책임으로만 돌림으로써 결국 그들을 사회에서 소외시키고 만다.
요즘에는 여러 직종에서 사람대신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여기서 사람들은 자신의 ‘쓸모없음‘을 느끼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능력도 세습이 되는데(자식에 대한 교육투자 등) 그것을 오로지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무능력하다고 탓하는 것이다.
타인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고 도움을 주지도 않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어가고 외로워져간다.

✒이 책은 외로움을(더 심각해지면 우울증)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외로움은 개인적일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에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모든 이들이 성공하지 못해도 존중받고 자존감을 지키며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런 세계를 바라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그런 세계를 만드는데 몇 가지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외로움은 이미 관계의 단절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타자의 상실을,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자아의 상실을, 마지막으로 세계 속에 존재하는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세계의 상실을 연속적으로 동반하는 거죠. - P40

크라우드 노동의 문제는 단순히 임금이 낮다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이와 관련된 연구를 보면, 크라우드 노동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마치 하나의 기계 부속품처럼 여기는 회사나 고용인의 태도도 심각한 문제라고 해요. 이들을 이렇게 대하는 이유는 크라우드 노동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순간 제대로 보상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 P144

사람들이 어떤 편견도 없는 과학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인공지능도 인간의 편견으로 가득한 데이터를 학습했기에, 그 안에는 인간의 편견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어요. - P153

지난 몇 년 동안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일에 동참하게끔 시스템이 발전되어 왔어요. 우리가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택시를 타거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한 다음 남기는 별점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이런 별점 시스템이야말로 기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엄청나게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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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살인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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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열다섯번째 책♡
✒소행성 충돌로 세상의 멸망을 두 달여 앞둔 세계는 혼돈에 휩싸이지만 주인공 하루는 운전면허를 따겠다는 결심을 하고 운전학원에서 전직 형사이자 현 운전강사인 이사가와를 만난다.
운전면허 연습을 위해 탑승한 학원차량 트렁크에서 여자 사체가 발견되고 그들은 살인자를 잡기 위해 함께 수사해 나간다.
내용이 참신하고 흡인력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범인은 처음부터 짐작이 가긴 했음🤭) 이번 소설도 결말이ㅜㅜ 작년에 읽었던 첩혈쌍녀 시리즈 첫 번째 소설인 #바바야가의밤 도 결말에서 너무 슬펐는데 이번 소설도 이렇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다니ㅜㅜ 물론 세상의 멸망을 앞뒀기에 모든 것들이 비극적이겠지 생각했지만 주인공들이 삶에 대한 희망보다 죽음을 향해가는 여정은 유독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쪽에서는 폭력, 탈출, 약탈, 자살, 살인 등이 벌어지지만 또다른 쪽에서는 그런 혼란 속에도 서로 돕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만약 세상의 멸망이 두 달 남았다면 과연 나는 뭘 하고 싶을까 생각해본다.

23세의 나이로 이 소설이 데뷔작이며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23살때 뭐 하고 있었나 돌이켜보니 부끄러운 기억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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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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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열네번째 책♡
✒큰 울림과 여운을 주는 소설 #이처럼사소한것들
배려해 주고 배려를 받았던 좋은 기억이 배려의 확장성을 가져온다는 나딩스 주장처럼 펄롱의 결심과 선택에 미시즈 윌슨과 네드의 영향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물론 펄롱의 경험에는 이런 좋은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차별, 이웃들의 위선을 함께 경험하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 결말에서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자신의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구두를 들고 가면서 맨발의 세라에게 줄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지. 어쩌면 펄롱의 행동은 진짜 선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무모함이나 위선의 행동은 아닐지.
다만 미시즈 윌슨과 네드에서 이어져 이번엔 펄롱에서 다시 시작한 관심과 용기, 배려가 세라와 그 이웃, 더 나아가 공동체에 확장되길 바랄뿐이다. 그래서 그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고통이 오래가질 않길, 많이 힘들지 않기를, 그들이 가는 길에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 P56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 P57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 P99

사람한테서 최선을 끌어내려면 그 사람한테 잘 해야 한다고, 미시즈 윌슨이 말하곤 했다. - P100

좋은 사람들이 있지, 펄롱은 차를 몰고 시내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 왜 어떤 집에서 받은 사탕 따위 선물을 다른 더 가난한 집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러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 면과 가장 나쁜 면 둘 다를 끌어냈다. - P102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억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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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포토스의 배 - 제14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쓰무라 기쿠코 지음, 김선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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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열세번째 책♡
두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는 #라임포토스의배
첫 번째 이야기는 표제작으로 먹고살기 바빠서 4잡을 뛰고 있는 주인공에게 번아웃이 찾아오고 때맞춰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 포스터를 보게 된 후 절약을 통해 세계일주 계획을 세우지만 뜻하지 않게 주변의 상황이 그 계획을 방해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직장에서 상사의 갑질, 폭언, 가스라이팅 등 부조리한 일들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12월의창가
두 이야기 모두 답답한 상황이지만 주인공들은 끝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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