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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6월
평점 :
엄마와 엄마의 음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 책
엄마는 마치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외국인 혐오자들의 말을 따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신이 온 곳을 짚어내기란 쉽지 않았고, 그래서 엄마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엄마는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 일본으로 강제징용된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가 전쟁과 분단, 미국의 점령을 겪은 뒤 미국인인 아버지와 동침했다는 죄로 추방당했다. 엄마는 내면으로 움츠러들며 당신을 이 갈등의 장소로 다시 데려가, 자기 존재를 짓이겨 없애고 무無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싶어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옮겨 온 동네는 피난처가 되지 못했고, 소위 구제되었다는 명목으로 이미자들에게 끊임없이 정신적 대가를 치르게 했던, 제국의 폭력으로 얼룩진 또 다른 장소에 불과했다. 엄마는 미국인이 된 바로 그곳에서 조현병을 앓게 되었다. - P20
여성이 진실을 말했을 때 광기라고 이름 붙여져 침묵당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 P213
1980년대의 이런 생의학적 모델은 조현병의 원인을 아동기, 그리고 이른바 ‘조현병을 일으키는 엄마‘라고 이야기될 만큼 부적절한 엄마의 애정에 대한 반응에서 찾는 1960년대의 정신분석학적 모델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는 생물학 중심 패러다임으로 엄마를 비난하는 것은 멈췄지만,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조현병은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기에 사회는 아무런 책임이 없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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