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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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00번째 완독책♡ 이자 ♡23년 마흔 세 번째 책♡
✒중간까지 정말정말 좋았다.
주옥같은 문장과 내용들도 많고 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근데 후반부로 갈수록 좀 어려워서😅
머릿속으로 별 다섯개에서 시작해 점점 반씩 줄어들었다는😂
뭐...내가 시 자체를 어려워했으니...
어쨌든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녀 앞에는, 뜻대로 안 되는 삶 대신, 뜻대로 되는 죽음만이 남아 있었다. - P35

신은 그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입증하는 증거 앞에서 오히려 신이 발명되고야 마는 역설.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은 인간이 오히려 신 앞에 무릎을 꿇기를 선택하는 아이러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아이를 잃은 부모가 갑자기 독실한 신앙인이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무신론자에게 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곧 사유와 의지의 패배를 뜻할 뿐이지만, 고통의 무의미를 견딜 수 없어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신을 발명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 P44

이제는 지옥에 익숙해져 절규도 통곡도 잊은, 그 기묘한 평정 상태, 그래서 이생에 아무런 불만도 없어 보이는 "돌덩어리" 같은 한 사람. 그래서 그는 만족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그만큼 거대한 고통이 그를 관통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 P51

설사 당사자가 자신의 고통을 ‘존재 일반‘의 그것으로 규정한다 할지라도, 읽는 사람 쪽에서는 고통에도 성별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는 뜻이다. - P67

세상 혹은 자기와 싸우다 패배하여 자책과 회한의 날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 이 세상에는 그럼에도 당신의 자리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시다. - P113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런 나로 살 수 있게 해 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읽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사람과만 가능했던 관계도 끝난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다시는 그때의 나로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 P131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 P132

우리를 평생 놓아주지 않는 물음은 ‘나는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이고, 그 물음은 깊은 곳에서 ‘나는 네가 욕망할(인정할) 만한 사람인가?‘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저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면 삶은 지독히 ‘외로운 사업‘이 되고 만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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