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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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서른 여섯번째 책♡
✒역시나 이번 소설도 좋다💕
읽는내내 내 머릿속의 옛 기억들을 꺼내보게 만들었다.
마치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정지된 장면들이 떠오르지만 그때의 감정들은 물 흐르듯 되살아났다.
낙관적인 내용도 아니고 애잔한 결말로 끝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바라게 된다.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태어난 것일까요. - P58

아까의 소동은 잊은 것처럼 그저 유쾌했지요. 사진첩에는 그 찰나를 담은 사진이 꽂혀 있습니다. 브이를 한 채 웃는 어머니와 그 옆에서 열없이 얼굴을 붉히는 새아버지. 무심코 보면 평화로운 한때를 담아놓은 것만 같습니다. 당시의 내막이나 속내는 잘 읽히지 않지요. 함께 살아가는 동안 어머니와 새아버지는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울퉁불퉁한 감정들을 감추고 덮어가며, 스스로를 속여가며 가족이라는 형태를 견고히 하려고 노력했지요. 두 사람 모두 한번씩은 아픔을 겪었고, 그것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자신을 속일 틈도 없이 툭, 튀어 나오는 날것의 감정들도 있었지만요. - P69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애는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의심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그래서 도망치는 거라고.
좋아하던 사람도 미워지니까 자꾸 움츠러들어요. 지금의 제가 매미라면 땅 위로 나오는 걸 포기할 것 같아요. 저 진짜 후지죠?
- P125

누가 이 편지를 받을까요.
재하야, 다정히 부르며 이마를 쓸어주는 아버지일까요. 희고 따듯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가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는 어머니일까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가만히 미소 짓는 형일까요.
누구든 그곳에서는 더이상 슬프지 않기를 바라며 오오누키 씨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미처 못다 한 말이 봉해진 편지를요.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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