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모든 죽음은 이렇게도 일방적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P133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렇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 P161
하지만 아버지 납골당에 갔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시간은 어쩌면 정말로 흐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저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과정이 시간일지도 모르겠다고. 언제나 시간이 가만히 흘러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이동하는 것은 나였어. 그리고 이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아가 되지 않는 것이었고. - P212
그냥 내게는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확신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무심코 확신했다가 기대처럼 되지 않으면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해버린다. 내겐 그런 습관이 있다. 정말로 사소한 일에도, 그러니까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싶어서 자판기에 돈을 넣었는데 실수로 데자와를 뽑았을 경우에도, 나는 지하철 플랫폼에 앉아 울 정도로 절망한다. 그런 절망에서 빠져나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는 절망하지 않는 법을 그럭저럭 찾아냈다. 포카리스웨트 버튼을 누를 때부터 데자와나 콜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완벽한 방법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별로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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