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흰죽을 싫어한다.
어린시절 자주 옆구리가 아팠던 내게 흰죽은 코스의 시작같은 음식이였다.
아프면 손가락을 따고 흰죽을 먹고 후식처럼 까스활명수를 마셨다.
멀건 흰죽이 무슨 맛이 있었겠냐마는 그건 장조림같은 국물자작한 고기류를 쳐다도 안본 내 탓도 있긴했을 것이다.
나는 어릴때 육고기도 생선도 거의 먹지않는 아이였다.
더군다나 기름이 둥둥 뜬 국물이나 탕에 든 고기라니.
오마이...가 절로 나왔다.
그러니 내게 짭쪼름하면서도 간이 쏙 밴 장조림을 곁들여 먹는 흰죽도, 한여름더위를 날려준다는 백숙도, 겨울추위를 이기기위해 먹는 곰국도 그저 기름둥둥 뜬 음식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저 중 어느 음식하나 지금도 먹지않는다.
그걸 처음 안 친구들은 그저 신기해하며 그럼 넌 뭘 먹고사느냐고 자주 물었다.
아니..세상에 맛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걱정을 해.라는 표정으로 나는 세상 신나게 떡볶이, 국수, 튀김같은걸 말했나보다.
생선도 생일날 엄마가 튀기듯히 바싹 구워서 발라주던 납세미만 겨우 한두점 먹는정도였다.
그런데 딱 한번 간절히 먹고싶었던 생선조림이 있었다.
엄마는 그 음식을 ‘고등어 간스메‘라고 불렀다.
‘간‘은 ‘캔‘의 일본식 발음이고 ‘스메‘는 구겨넣다, 집어넣다.라는 뜻이라고하니 깡통에 든 고등어로 만드는 조림.이 우리식 표현일것이다.
생선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아빠덕분에 밥상에는 자주 고등어간스메가 올라왔는데 우리중 누구도 그 음식을 즐기지 않았다.
그 안의 무맛을 알기에 우리는 너무 어렸고 그렇다고 생선을 발라먹기엔 생선모양이나 색이 너무 거무죽죽했다.
그런데 아이를 임신하고나서 갑자기.정말 불현듯 그게 먹고싶었다.
어릴때 먹지않던 생선조림을 나이가 들면서 무나 감자정도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지만
나 스스로 생선조림이 먹고싶다는 생각이 든 건 그때가 처음이였다.
빡빡하게 끓인 빨간양념속 무와 생선살 조금을 떼서 상추 위 밥위에 올리고 촉촉한 국물을 슬쩍 뿌려주면 밥 세그릇은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하필 그때 엄마는 병원에 입원중이시라 나는 먹고싶다는 말도 꺼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지나고나니 나는 생선조림따위 거들떠보지도않는 식성으로 돌아와 엄마표 고등어간스메를 먹을 기회는 그뒤로도 없었고, 내 부엌에서 밥을 하면서도 고등어 캔은 사보지 않았다.
소설 속 고등어조림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그때가 생각났다.
비린내때문에 좋아하지않았어도 엄마가 계실때 해달라고 할걸.
이제 영영 그 빡빡하면서도 촉촉한 양념을, 그 속의 무맛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처연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