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머니의 다섯 단어를 새로이 명심하고 꿀짱아
에게 할머니처럼 말하기를 실천한 뒤로 우리 관계는 천
천히 나아지기 시작했다. 고슴도치처럼 잔뜩 가시를 올
리고 까칠했던 아이가 할머니의 말씀들 앞에서는 조용
하게 가시를 내렸다. 나는 꿀짱아에게 그래, 안 돼, 됐
어, 몰라, 어떡해, 다섯개중 하나를 골라 내밀었고 언
제나 그 마법 같은 효과에 내심 놀랐다.
꿀짱아의 사춘기는 이후로도 길었지만, 할머니의 다
섯 단어는 단 한 번도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다. - P117
"혹시 나 데려다주실 수 있어요?"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니 행사에 늦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해야 최소한의 일관성을 지키는 일이겠지만, 나
는 또 "알아서 한다며! 네가 다 알아서 한다며!!" 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차
열쇠를 챙겨 들고 번개보다 빨리달리기 시작했다. 이
게 사춘기 아이의 엄마다. 우리는 서로 앞뒤가 전혀 맞
지 않는 말과 행동을 주고받으며 서로 이해하지 못해
미쳐 돌아가는 환상의 짝꿍들이다. - P134
그에게 지금웃을 수 있는 일이라곤 휴대폰 게임밖에 없지만, 천천히 회복되면 다른 기쁨들을 찾아내려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사이 몇 년이 흐를 수도 있다. 많은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다른 기회를이 찾아올 것이다.
이것은 모두 내가 직접 겪은 일이므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