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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詩視한 인생 -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 70가지
고석근 지음 / 아이퍼블 / 2022년 7월
평점 :
『시시詩視한 인생』을 읽으며
매앰맴매앰맴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매미소리는 여름을 시원하게 해 주지만 내가 일어나서 어쨌고 뭘 어쨌고 무얼 먹었고 그리고 그런대로 하루가 지나가는 그런 일과를 많은 사람들의 맴도는 말로 쓰고 있다. 한동안.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라는 것을 아는데 내 안에 말(言)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하루가 그렇고 그런 날들이 되어 쌓인다. 그런 진부한 일상으로 사람들처럼 그렇게 견디는 것이 한 생 일까?
<착각이다.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인식의 틀, 패러다임을 가졌기에 우리는 한 우주에서 살아가는 것 같이 보이는 것이다.
…
한 사람이 태어난다는 건 하나의 세계가 탄생하는 것이고, 그가 죽으면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다.-p15>
각자의 우주. 나는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책 속의 「나와 우주」편을 읽고 정말 그럴까 생각해 본다. 가정을 꾸려서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퇴근해 오는 남편을 맞이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위해 존재하던 시간에 집안일은 고역이고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노동착취였다. 동시대 여성이 처한 상황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나를 변화시키는 말(言)을 찾지 못한 때였다.
요즘은 일을 하고 돌아와 식사를 위해 싱크대에 서 있는 시간이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다. 아이들과 손녀, 손자를 불러 함께 식사하기위해 이제 기꺼이 그 시간이 새로운 시간이 되었다. 쉬는 날이면 아이들을 불러 식사를 함께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반찬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렇게 푹 빠져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이 시간은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가사노동과 사랑이 곁들여진 가사노동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사노동이 아니라 나만의 가사노동이 되었다. 동시대의 패러다임도 존재하지만 내가 느끼는 내 세계는 달라진 것이다. 삶은 구체성이고 내가 만드는 우주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옛날에도 그랬더라면… 내 삶은 늘 새로운 날의 연속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책 『시시詩視한 인생』 시의 눈으로 보는 삶은 어디를 펼쳐 읽어도 내 일상과 만난다. 여름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