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제법 잘 통해 - 진심이 통하는 관계의 법칙 나의 한 글자 10
설흔 지음, 신병근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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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흔 작가는 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관심이 높아 그들이 생각하고 열망한 것들을 지금 시대에 소통되는 언어로 소개하는 책을 쓴다.

<<우린 제법 잘 통해>>는 고전의 좋은 글들을 인용해서 소개하고, 그에 따른 해설을 달고,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백하게 덧붙인다.

진짜 우정, 내 마음이 유독 아팠던 이유, 누가 뭐라든 오직 '나', '가장 미련한 후회', '진심이 통하는 관계의 법칙',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6가지 주제로 조선 대표 문인들의 글을 접할 수 있다.

✔고전이 실린 책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고 딱딱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글은 이해하기 쉽게 씌였고, 화사한 그림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눈도 즐겁다.
✔유능하게만 보였던 조상들의 삶도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깨닫고 위로 받는다.
✔고전에서 뽑은 명문과 저자의 해설은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된다.
✔현대에도 통하는 능수능란한 처세술의 가르침도 배울 수 있다.
✔우정에 대해, 남성 우월주의에 대해, 효에 대해 배우며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인간관계의 삐걱거림이 있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전의 글을 통해 좀더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때론 나와 가까운 친구들조차 내 마음을 몰라줄 때가 있다. 그냥 몰라주는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오해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섣부르게 괜찮다거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괜찮을 리가 없는 게 정상이니까. 시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니까.
다만 이렇게만 말하려 한다. 그래,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는 법이다. 오해받아 괴로운 밤도 있는 법이다. 친구만은 내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기에 더 외로운 밤이 가끔은 있는 법이다. 그게 우리의 삶이기도 하고. p.49

어려서는 문장가의 글을 배웠다. 자라서는 국가를 경영하고 백성을 올바로 인도할 학문 쪽에 마음을 기울였다. 수개월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p.58
박제가_자기 소개서 쓰는 법,<<정유각집>>

아직 이해하기 어렵겠으나 들어가 처박힐 방이 있다는 건 때론 축복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너무 빨리 방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들어간 김에, 처박힌 김에 깊은 우물 같은 방에 머물며 스스로와 대면하기를 바란다. 박지원처럼! 숲에서 나오지 않는 사나운 호랑이처럼!...숲에서 나오지 않는 사나운 호랑이란 현실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다.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들개 한 마리가 사람들에게 더 위협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가슴속에 호랑이를 담은 사람과 들개를 지닌 사람은 다르다. 왜냐하면 호랑이는 호랑이고 들개는 들개니까. 남들이 뭐라 하건 그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세상일 가운데 가장 신기하고 놀랍고 특별한 건 아이가 태어나는 일일터.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나와는 좀 다르다. 누구나 아이를 낳기에 그저 그런 일로만 여긴다 그렇지만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결코 똑같은 사건이 아니다. 그 어떤 훌륭한 작가가 쓴 이야기도 아이의 탄생만큼 신기하고 놀랍고 특별하지는 않다.
-유만주,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 <<흠영>> p.104

천지가 생긴 지 오래인데 내가 한 번 세상에 태어났으니 이는 대단한 행운이다. 만물 가운데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이 또한 대단한 행운이다. 이 두가지 행운을 가지고 부모에게 태어났다. 그러니 이보다 더 큰 은혜는 없다. 부모에게서 태어나 이 몸을 이루었으니 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큰 은혜를 받고 귀한 몸을 이루어 태어날 날에 맞춰 태어나게 되었으니 어찌 이 날이 기쁘고 즐겁지 않겠는가? 생일잔치를 하는 것은 바로 그 기쁨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_위백규, 생일잔치,<<존재집>> p.109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볍게 여기고 함부로 다룬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구 남의 칭찬이나 비방을 하는가 하면, 손길 가는 대로 마구 남을 폄하하거나 칭찬하는 글을 쓴다. 자기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영예를 누리거나 치욕을 얻으리라는 것, 이익을 얻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리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_정약용,퇴계에게 배운다.<<여유당전서>> p.12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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