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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은 도끼다>는 광고인 박웅현이 그 만의 독서법을 강의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사실 독서법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책들이 많은 편이라 추천을 받고나서도 꽤나 시간을 끌고 난 후에 읽은 편인데, 진즉에 읽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그의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가 추천하는 책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서 온라인 서점을 다 뒤져보면 거의 대부분이 절판이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 박웅현이 강의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독서법은 간단하다. 첫째, 책을 읽으면서 울림이 느껴졌던 곳은 줄을 긋고, 요약을 해둔다. (그는 줄친 부분을 A4 용지에 따로 적어서 모아둔다고 한다.) 둘째, 읽었던 책을 몇 년 후에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울림을 받게 된다. 셋째, 많은 양의 책을 읽으려고 하지 말고 가슴 울리는 책을 여러 번 읽는 게 훨씬 낫다. 이런 단순한 정리에도 불구하고 <책은 도끼다>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그의 문장 해석력에 있다.
이철수의 판화집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최인훈의 <광장>, 김훈의 <자전거 여행>, 알랭 드 보통의 <사랑>, 고은의 <순간의 꽃>,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등, 유명한 작품들을 새롭고 색다른 방법으로 함께 읽어가는 느낌이랄까?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는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놈! 덜떨어진 놈!”
- 이철수,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中
“겨울에는 봄의 길들을 떠올릴 수 없었고, 봄에는 겨울의 길들이 믿어지지 않는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中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 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 카프카의 <변신> 中
사실 이런 문장들은 내가 그냥 흘려 책읽기를 했다면 문장을 아무런 감흥도 없이 그냥 넘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박웅현의 설명을 통해서 이 문장들을 다시 뜯어볼 수 있게 되었고, 나도 그처럼 밑줄을 치고 여러 번 되뇌어 읽었고, 박웅현의 책을 통해 박웅현의 눈으로 길가의 벚꽃들 목련들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무심코 흘려듣던 음악들도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되고, 가지고 있던 책들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