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밸류 - 초저평가주 투자법
토비아스 칼라일 지음, 김인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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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의 상식과 직관을 벗어나는 투자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는 대개 우량하고, 성장을 잘 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내는 걸 선호하며 때론 가치투자라는 이름으로 관련 공부를 해나간다.

이 책에서는 '딥 밸류 전략' 이라 하여, 저성장 혹은 무성장 가치주를 투자하라고 이야기한다. 밸류에이션이 비슷해도 펀더맨털의 추이가 좋지 않고 보잘 것 없는 기업일수록 더 나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전략인데 사실 내용이 충격적이다.

단순히, 자극적인 주장을 하는 책이 아니라 투자계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의 <기업 분석>에 나온 내용부터, 워렌 버핏의 사례, 찰리 멍거의 이야기,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실제 사례까지 분석하면서 딥 밸류 전략의 실제 근거를 제시하고 통계와 숫자를 이용해 이를 증명해 낸다.

사실 주식이라는 게 집단 심리의 총합이다 보니까, 결국 너무 잘나가는 주식들과 너무 못나가는 주식들이 그 주식을 매수한 자, 매수하려는 자, 매도한 자, 매도하려는 자들의 심리가 반영되어 '평균 회귀 현상'을 일으킨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로 입증해 낸다.

그래서 너무 못나간 주식들은 시계열을 길게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되고, 너무 잘나가던 녀석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 수익률, 성장률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접근이다 보니 우리는 인지오류를 범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즉 저평가된 주식을 꺼리는 결정은 옳다고 느끼고, 이익이 정체되었거나 감소하는 주식을 사는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균회귀 현상 자체는 그레이엄도 '업계의 미스터리',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 만큼, 이게 왜 그러는지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데이터와 과거 사례를 분석해 보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책의 난이도는 쉽진 않다. 워낙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NCAV, ROE, ROC(ROIC), 이익수익률(EBIT/EV) 등 기본적인 용어에 익숙해야만 좀 더 얻어갈 게 많은 책이다.

대신 이 책은 가장 서두에 '역자의 글'을 2장 정도 남겨뒀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알차고 책을 읽기 전 사전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이 말하는 추천 투자법은 워렌 버핏의 '훌륭한 기업' 전략과 다르다. 우리는 버핏처럼 뛰어난 천재들이 아니기 때문에 일관된 수익을 내려면 성장이 더디거나 정체된 가치주를 선택하는게 결론적으로 최고의 수익률을 남겨준다는 게 핵심이다.

딥 밸류 투자의 지적 기반은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에 있으며 이후에 여러 투자자들이 이를 개량, 발전 시켜서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그레이엄에서 시작한 이 투자 전략은 칼 아이칸까지 이어지는데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는 그가 취하는 투자 전략이 바로 그레이엄 및 도드의 방식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약간의 개량이 가미되었지만).

문제는 우리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냐는 점이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저평가되고, 성장이 더딘 정체된 가치주를 고른다 쳐도 개별주들의 수익률을 보는게 아니고 마치 ETF 처럼 그룹화된 관련 주들의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그런 주식들을 개별적으로 선별해서 여러개를 동시에 매수하고 관리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 약 2~3년 전 미국 카페 커뮤니티에서 인기 있었던 수 많은 미국 주식들이 있는데, 최근 주가를 보면 -90프로 감소는 기본이다. 다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니 결국 반짝 테마주들은 소멸해 버렸던 것이다. 개별주로 보면 이런 주식들을 고르라는 건 자살행위처럼 느껴지는데 통계를 내보면 이런 주식들을 그룹핑 해서 매수하면 장기적으로 이득이 나왔단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훌륭한 투자자들의 나름대로의 '선별 공식'이 있기에 거기에 부합하는 회사가 발견되면 이러한 전략을 그때 적용하면 될 것이다.

만약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면 좀 더 진지한 적용을 고민해 봤을 텐데, 한 개인 투자자로서는 적용점을 찾기가 쉽진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실제 주식 매매를 함에 있어서 얻는 이득이 큰 책이라기 보다는 칼 아이칸의 기업 사냥법을 배우고, 워렌 버핏, 찰리멍거, 그레이엄의 투자 방법의 차이점 등을 공부하는데 이득이 큰 책이었다는 점이다.

칼 아이칸은

a) 경영진을 설득해 회사를 청산하거나 '백기사'에게 매각하도록 한다

b) 대리전(proxy war)을 벌인다

c) 공개매수를 제안한다.

d) 보유한 지분을 회사에 되판다.

막연히 '사냥군' 이미지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보던 그의 행보가

"전통적으로 기업은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하고 배분할 이익이 있다면 주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배집단이 자기들의 호주머니로 이익을 전용할 힘을 보유하고 있다. 더 이상 주주의 이익이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에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벌리와 민즈의 설명대로 주주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행보였음을 보게 되니 자본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초심자 용 책은 아니다. 그러나, 밑줄을 그으면서 찬찬히 글을 읽어 보고 훗날 실력이 쌓이면 대가들이 취하는 전략들을 실전에 적용해 보는 걸 목표로 하기에도 유익한 책이다.

어려운 책이라 1독으로는 어렵고, 두고두고 서재에 꽃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본능을 거스르는 '역발상 투자'로 인해 심리적 불편감이 있긴 했으나, 그 역발상 속에서 투자의 성공이 숨어 있다면 본능을 거스르는 훈련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미주미 이벤트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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