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매그레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후렴처럼 집요하게 되돌아오고 있는 그 모호하고도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에밀 갈레의 죽음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뭔가허위의 냄새를 풍기고, 뭔가 삐걱대고 있었다. 죽은 당사자부터 시작해 그 아들의 목소리, 그리고 티뷔르스 드 생틸레르의 웃음소리에 이르기까지!!
감히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삶은 아니지만, 이렇게 나이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습관이 행복한 사람, 인내할 줄 아는 사람, 마지막 순간까지 책과함께하는 사람.
돌이켜보면 나는 책을 통해타인을 발견하고 세상을 발견해왔다. 직접 사람들속으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부둥켜안고 몸부림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어릴 적부터 어디에도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이방인들 사이에 던져진 고립된 존재로 스스로를 생각해왔다. 타인들이 성큼 내게 다가오면 불쑥 겁부터 난다. 그것이 나의 한계다.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다.책이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끈이었다.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고통, 욕망을 배워왔다.
생생히 전해지는 경험과 기억.
글쎄, 그때 내게 있어 비틀스의 《러버 소울》은, 왠지 그 신이문에서의 그 한낮으로 충분했다. 이젠 됐어, 라는 기분이었다. 노래 들은 기억도잘 안 나는데 말이다.참, 별거 아닌 기억인데 그 한낮의 기억이 묘하게 생생하게 남아 있다. 글로 옮겨놓고 보니 왠지 하루키 유사품 같은 기억이다.가끔은 현실이 더 상상 같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