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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훔친 아이 ㅣ 그래요 책이 좋아요 3
알프레드 고메스 세르다 지음, 클로이 그림,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이 책을 덮으며, ‘아, 이래서 도서관을 훔친 아이구나! 참.. 도서관을 훔쳐서 다행이야.’는 생각이 제일 먼저 피어올랐다.
소년 카밀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도서관을 훔친다. 먼저 ‘도서관을 짓는 벽돌’을 훔치고, 나중엔 ‘책’을 훔친다. 벽돌을 훔쳐야만 했던 카밀로는 슬픔이다. 아버지의 술과 폭력에 의해 실제적 가장 역할을 하며 집을 짓는 카밀로. 또 비가 오면 그 진흙이 벗겨져 훔친 벽돌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며 사는 카밀로. 그래서 카밀로는 더더욱 도서관과는 가까워 질 수 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도서관에 가게 된 카밀로는 책을 훔치고, 이를 팔아 아버지의 술값을 낸다. 두 번째 책을 훔치고 나서, 사실은 사서 선생님이 책을 훔치는 사실을 눈감아 주었음을 알게 된다. 카밀로와 친구는 이제는 책을 팔지 않기로 다짐한다. 여기서 카밀로는 그날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 더 이상은 아버지를 위해 술을 사지 않기로, 그 악의 고리를 끊어내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고는 어두운 공터의 은신처에서 카밀로는 훔친 책을 꺼내 읽는다. 이때 카밀로는 주인공에 빠져들며 책 속의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된다. 두 아이는 드디어 도서관 출입증 사진을 찍기로 용기를 내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 글이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다. 카밀로가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한 날, 카밀로는 어른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릴 때는 사랑을 받고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자란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부모와 물리적으로 떨어지면서, 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하게 된다. (물론 모든 어른이 완전한 독립을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카밀로가 너무 어린 나이에 진정한 어른이 되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아빠의 술과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는 방법도 있다는 것’, 그 결단을 내린 용기가 참으로 기특하고, 이 아이의 앞으로를 응원하게 만든다.
둘째, 도서관의 의미이다. 도서관은 이 사회의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자본과 효율의 논리가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해가는 사회에서, ‘책’은, 정확히 말하면 책 속의 세상과 지혜는, 금전적으로 가난한 이나 부유한 이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 되어야 한다. 책을 돈을 주고 사서 읽는 방법 밖에 없다면 정말 ‘사람이 살지 못할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다. 가난한 이든, 부유한 이든 인류가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공평하게 배울 기회를 주는 곳, 그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며 도서관이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이유다.
이러한 도서관의 의미와 더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책 읽기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고 찾아 읽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책’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던 카밀로에게 그 소중함을 찾아갈 수 있게 따뜻한 손길을 내어준 사서 선생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좋아지더라도, 카밀로와 같이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년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서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에게 사회가 해야만 하는 역할을 대변한다 할 수 있다.
끝으로, 도서관을 훔친 카밀로에게 용기의 인사를 전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로 우리 사회가 품고 가야할 따뜻한 이상을 보여준 작가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