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수잔 L. 나티엘 지음, 이상훈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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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그냥 크리스토퍼가 아니라, 부모님께서 유명한 동화에서 이름을 따 크리스토퍼 로빈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항상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떤 아이에게도 그것은 무척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크리스토퍼 로빈은 모든 사람을 구해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저자 수잔 L.라티엘은 심리치료사로서 30년 넘게 치료를 이어 오고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오빠인 크리스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끝내 자살한다. 정신의학에 대한 많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못했고 자신도 구하지 못한 오빠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

 정신병을 앓는 부모 아래서 죄책감과 수치심, 두려움을 안고 자란 열 두명의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의 이 책은 한 번에 내쳐 읽기는 쉽지 않았다. 작고 여린 아이들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을 가지고 성장기를 거치는 이야기는 마음을 송곳처럼 찌른다. 한 명, 한 명의 인터뷰가 끝낼때마다 책장을 덮고 숨을 고르고 골랐다. 인터뷰 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자랄때 있었으면 했던 책이 만들어지는 데 자신들이 기여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고 한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은 절대 말해서는 안될, 눈에 띄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쉽게 도움을 요청하기 도 힘든 질환때문에 받는 어린 아이들의 고통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모르는 척 하는 것은 끔찍한 악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해주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 그게 제 잘못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 남들과 다른 아버지나 어머니를 가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자연재해처럼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가족의 문제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인터뷰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자신에게 직접 일어나지 않는 고통도 나눌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인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가 되면 손을 내밀기도 하고, 내민 그 손에 의지하기도 한다.

 부디 이 책이 많이 읽혀서 정신질환이 낙인이 아니라 더 않은 이해와 배려, 허용을 받길 바란다.

 특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우리는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돕게 된다.

 이 책이 많이 읽혀서 이 저자의 <광인의 딸:정신 질환을 가진 부모와 함께 자라고 늙어 가는것>도 꼭 출간되길 바란다. 출판사 아마존의 나비,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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