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나타샤 패런트 지음, 리디아 코리 그림, 김지은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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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최고점을 갱신하고 마는 코로나 확진자 수를 보며 나는 눈에 보이지 않은 막강한 힘을 지닌 누군가가 게임 레벨을 올리느라 혈안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이런 나를, 아니 우리들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줄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기분이랄까. 스스로는 숨통을 조이는 듯한 현실을 벗어날 힘이 없다는 나약함이 아닌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도피처가 필요한 건지도 모를 일이다.



공주의 덕목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외모와 그 외모를 돋보이게 할 곱게 단장한 옷맵시, 그리고 몸에 배어있는 듯한 우아미와 성숙미... 내가 그려온 공주의 모습은 이와 같다. 디즈니 속 공주를 보고 자란 나 또한 흔히들 그러하듯 백마탄 왕자를 꿈꾸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용맹하게 뭔가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이끌어가는 삶.


그러나 요즘 디즈니 속 공주들도 달라졌다. 흔한 예로 겨울 왕국 속 엘사처럼.

더 이상 '공주와 왕자는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식의 결말을 그려내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은연중 그것을 보고자란 아이들에게 나약한 심성을 자리하게 만드니.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은 제목 그대로 여덟 공주의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 공주들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른 공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픈 동생의 병을 낫게 해줄 마녀를 찾아 나서는 공주, 위험에 빠질법한 왕국을 도운 모험을 즐기는 공주, 자신에게 주어진 공주로서의 삶인 현실을 수긍한 듯 살아가다 아니다 싶을 때는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을 지닌 공주, 배를 타고 더 넓은 세계를 꿈꾸는 공주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여덟 공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들의 손에 들어온 마법 거울은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며 세월의 흐름 속에 다른 이들의 손에 가닿았다. 어쩌면 이야기 속 마법 거울은 돌고 돌아 곧 우리에게 와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야기 속 그녀들은 지나가다 한 번씩 뒤돌아볼 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진 않았다. 그러나 한 나라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따스한 내면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하기에 누구든 그녀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미소 지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공주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 거대한 왕국에 사는 공주는 아니지만 한 가정 안에서 누구나 사랑스러운 공주일 수 있을 테니. 이번에 만나본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은 내면에만 자리한 공주를 밖으로 표출해 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지혜롭고 용감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벗어나고픈 친구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평소 나는 로맨스보다는 스릴러를 좋아한다. 로맨스 속 주인공들은 어찌 사랑도 일도 만능인 건가. 괴리감 느껴지게 말이다. 그래서 위기에 봉착해 긴박하고 팽팽한 서사를 보여주는 스릴러물을 좋아하는지도. 또한 긴 호흡을 이끌고 가는 드라마보단 두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다 드러내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한 상상을 하게 해주는 책 또한 좋다.


요즘은 깊어지는 우울감에 뭐든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 만난 이 책은 주저하지 않고 나아갈 힘을 내게 해준다. 나 또한 내면에 감춰둔 나의 공주를 꺼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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