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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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세.

그들이 사는 세상, 대치동.

그곳에 가고 싶은 자는 많으나 쉽게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대, 또 우리는 왜 그렇게 대치동에 열광하는가?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우물 안 개구리보다는 넓은 물에서 놀라는 것이다. 우리는 서울, 그중에서도 대치동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이들이 몰려든다. 본래 그곳에 살았던 대원족(대치동 원주민)부터 대전족(대치동에 전세로 거주하는 자), 원정족(원거리 거주 대치동 학원 이용자) 등 대치동에 가면 좋은 대학은 따놓은 당상인 것처럼, 아니 남들이 하는 것만큼이라도 하려고, 마치 그게 도리인 양 몰려드는 것이다.



"대치동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라도 실상 살 떨리는 긴장감이 흐르는 세계다. 모두 얌전한 아이인 척, 신사와 숙녀인 척 살지만 자신의 몫을 지키고 더 많은 몫을 얻기 위해 촉수와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책 내용 중 일부)



이 책은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모여있는 곳 '대치동'에서 30여 년간 교육현장에 몸담은 저자가 보고 듣고 느껴온 모든 것을 기록된 책이라 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관조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닌 사실과 경험이 녹아있기에 몰입감 있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저자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교육계에서 발을 벗어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치동'에 대해 기록하였다.  



서점에 가면 자녀교육서로 '대치동'이라는 말이 들어간 책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대치동 아이가 하는 것처럼 따라 하라고 적극 권장하는 류의 책이다. 그런 류의 책들과 이 책은 좀 다르다. 교육 방법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해서 대치동이라는 곳에 학원가가 밀집되어 있고 부동산 값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지 이해를 시켜준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 변천사와 그에 따른 대치동의 성공 스토리, 그리고 대치동에 거주하는 자들의 목소리, 마지막으로는 더 나은 교육의 질을 위한 저자의 염원과 이상이 담겨있다.


내가 이 책에 유독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수능시험의 불합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수능으로 인해 당락이 좌우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문제라 칭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이는 적다. 아니 이미 몇십 년간 곪을 때로 곪아버린 일이라 터부시되는 것일지도.


한 번의 시험과 그에 따른 결과로 얻는 꼬리표는 평생을 걸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대학제도와 학벌주의에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대치동으로 쏠리는 것. 저자의 말대로 우리들은, '대학에 가서 스스로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자신을 꾸미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다. 



대치동은 교육열과 부동산에 관한 한 우리 사회의 세속적 욕망의 최전선이다. (중략) 학벌과 부동산을 통한 계급 상승 혹은 유지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로 마주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p. 120)



2000년대에 접어들어 시끄러워진 대치동에서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에서 학원으로 쉴 틈 없이 배달되었고, 대치동 놀이터의 그네들은 흔들리는 법을 망각한 듯 온종일 수직으로 지구의 중심을 향했다. (p. 154)



우리 교육의 씁쓸한 한 단면을 보니 마음에 공허함이 가득하다. 놀이터가 아닌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 천진난만함과 바꿔버린 그들의 앞날에 찬란한 무지갯빛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누구 하나 닮은 이가 없다.

모든 이가 완벽하게 동그라미이지도 않고,

모든 이가 완벽하게 세모이지도 않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일단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최우선 과제인 것은 어찌 보면 사실인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 중엔 소위 좋은 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도배사나 청소 등 블루칼라의 직업을 택하기도 한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점에서

열정페이의 그늘 안에 가둔 것보다 더 멋진듯하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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